파리를 멈춘 7만 명의 경계
2026년 10월 24일 프랑스 전역에서 생활비 상승과 공공부문 투자 부족을 규탄하는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습니다. 노동총동맹이 주도한 파리 행진은 당초 바스티유 광장에서 나시옹 광장으로 이어질 예정이었는데요. 경찰이 안전을 이유로 포르트 디탈리에서 포르트 드 뱅센 구간으로 경로를 바꾸자 시위대가 막판에 수용하면서 현재까지 충돌은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긴장감은 여전합니다. 로랑 누녜즈 내무장관은 오후 1시 이전에 최소 135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는데, 노조원과 학생, 노란 조끼 운동 참가자 등이 포함됐습니다. 정부는 전국에 경찰과 군 7만 명을 배치하고 헬기와 드론, 장갑차 20대, 물대포 차량 15대까지 동원했습니다.
밀라노와 로마의 또 다른 물결
같은 날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예정대로 진행됐습니다. 오후 4시 피콜로 극장 앞에서 약 200명이 '우리는 모두 반파시스트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고, 시위대는 군경에 충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폭력이나 약탈은 목격되지 않았습니다.
이탈리아 당국은 폴고레 공수여단 500명을 포함해 1,400명의 군경을 두오모 광장과 지하철역 등에 배치하고 상공에는 헬리콥터를 띄웠습니다. 마테오 피안테도시 내무장관은 폭력 사태에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고, 수사 당국은 '10월 17일 운동'을 주동 단체로 의심해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로마에서는 복면과 마스크를 소지한 20명가량이 검문에 걸려 연행됐습니다.
상인들의 밤, 남은 과제
현장에서 가장 먼저 체감한 건 상인들이었습니다. 파리 중심가에서는 밤새 톱질과 망치질 소리가 울려 퍼졌고, 상점 유리창과 출입문은 나무판자로 막혔습니다. 이전 폭동 때 3,000여 개 상점이 약탈 피해를 입은 경험이 컸습니다. 루브르와 오르세 박물관, 파리 20여 개 지하철역이 문을 닫았고 PSG 경기와 오페라 공연도 취소되거나 연기됐습니다.
생활비 부담과 공공 투자 축소에 대한 불만이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동시에 관통하고 있는 셈입니다. 정부는 시위가 폭력으로 번질 가능성을 경계하며 강경 단속 방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전에 경로를 조정해 대화의 여지를 남긴 점은 충돌을 줄인 요인으로 평가되지만, 요구가 해소되지 않는 한 긴장은 이어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