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원칙' 세우려다 어그러진 부동산 세제
정부가 지난 8월 3일 발표한 부동산 세제 개편안이 시행 전부터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습니다.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1주택자를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을 대폭 늘리는 내용인데요. 실거주를 원칙으로 내세우면서도 세금 혜택 축소 폭이 커서 시장 전반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입법예고 기간에만 5,000건이 넘는 국민 의견이 접수될 정도로 반발이 거센 상황입니다. 특히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차등 과세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는데요. 직장 발령이나 자녀 교육, 부모 봉양 등 부득이한 사유로 거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까지 고가 주택 소유자와 똑같이 세금 폭탄을 맞아야 한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세금 부담에 움츠러든 시장과 임대차 공급
세제 개편안은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시장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양도세 완화로 매물을 끌어내려던 취지와 달리, 보유세와 양도세가 동시에 오르자 집주인들이 매도를 포기하는 '잠김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세금 부담을 줄이려고 실거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면서 전월세 매물은 오히려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세입자들에게 임대료 상승 압력으로 전가되는 양상입니다.
다주택자들은 비핵심 지역 주택을 처분하고 강남 등 핵심 입지의 고가 주택 한 채로 자산을 옮기는 '똘똘한 한 채'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반면 일부 수요자들은 세제 틈새를 노려 전용 60㎡ 이하, 분양가 6억 원 이하의 소형 오피스텔로 눈을 돌리는 모습도 보입니다. 이런 흐름은 부동산 시장의 지역적 양극화를 키우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야·여론 모두가 요구하는 원점 재검토
정부가 예외 요건을 확대하며 실거주 원칙을 보완하려 하지만, 이는 정책의 일관성을 해치는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실거주 의무와 양도세 완화 혜택이 서로 충돌하는 등 제도 간 꼬인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일주일 만에 유예와 예외를 덧대는 모습은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정책 신뢰도를 깎는 결과입니다.
국민의힘은 이번 개편안을 '징벌적 세금 폭력'으로 규정하고 원점 재검토와 정부 사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비거주 1주택자 차등화에 대한 수정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에이스리서치 여론조사에서도 전체적으로 반대 43.9%, 찬성 37.9%로 부정 여론이 우세했고, 특히 서울과 2030 세대에서는 반대가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정부와 여당은 이달 중순 당정 협의를 통해 수정안을 마련할 계획이지만, 단순한 땜질 처방을 넘어 세제 정상화와 시장 안정이라는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