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그플레이션보다 중동 리스크가 더 큽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현재 우리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높지 않다고 봅니다. 반도체 경기가 호조를 보이고 있고, 정부의 추경 효과도 크게 작용하고 있어서죠. 다만 그의 진단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중동 지역의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의 리스크입니다. 신 후보자는 중동발 고환율과 고유가가 물가 상승 압력과 성장 둔화를 동시에 초래할 수 있어 통화정책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충격을 넘어, 경제 정책 전반에 걸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하는 부분입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흐름에 대해서도 그는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다고 분석합니다. 중동 긴장 고조에 따른 유가 급등, 이에 따른 글로벌 위험 회피 심리, 그리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순매도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겁니다.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수입물가를 올려 소비자물가 상승을 부추길 뿐만 아니라, 원자재 수입에 의존하는 내수 기업과 서민의 부담을 가중시켜 경제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우려입니다.
통화정책,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그렇다면 한국은행은 어떤 자세로 이 위험에 대응해야 할까요? 신 후보자의 기존 입장은 일시적인 공급 충격에 대해서는 금리 인상과 같은 통화정책 수단으로 맞서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그는 조건을 덧붙였습니다. 충격이 장기화되어 물가 상승 기대심리가 불안정해지고, 고물가가 고착될 가능성이 보인다면 통화정책적 대응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는 상황의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정책 기조를 조정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환율 안정화를 위해서는 단독 행동보다 국제적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환율 변동성이 과도해지면 정부와 협력해 시장 안정화 조치를 시행할 것이며, 주요국 중앙은행과의 공조나 통화 스와프 같은 외환안전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다만 그는 현재의 환율 상승을 과거 외환위기와 동일시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평가합니다. 우리나라의 대외건전성은 양호하고, 외환보유액도 발생 가능한 외부 충격을 흡수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라는 자신감을 보였죠.
외환·가계부채, 여전히 관리해야 할 숙제
외환보유액에 대한 그의 평가는 상당히 안정적입니다. IMF와 BIS도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적정 수준에 대해 정량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IMF는 평가 방식을 이미 선진국형으로 전환한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현재 보유액은 외부 충격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분석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즉, 유동성 위기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아 보인다는 겁니다.
반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부분은 가계부채입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하락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경제 성장을 제약할 수 있다는 진단입니다. 금융 안정과 실물 경제를 모두 고려할 때, 이 비율이 안정적으로 하향 조정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를 위해서는 차주의 상환 능력을 기반으로 한 대출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주택담보대출을 점진적으로 축소해 나가는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의 발언들은 금융당국이 마이크로프루던셜(소극적 건전성) 정책에 계속 주력해야 할 이유를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