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소송의 마지막 관문
서울고법 가사1부가 지난 7월 24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944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이후, 법조계와 재계의 시선은 재상고 여부에 쏠리고 있습니다. 판결문이 8월 1일에 송달되면서 재상고 기한은 이달 14일 자정까지로 임박했는데요. 양측이 모두 재상고를 포기한다면 2017년에 시작된 이 소송은 9년 만에 마침표를 찍게 됩니다.
9440억원은 국내 재벌가 이혼 소송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재산분할금으로, 확정 즉시 최 회장의 거액 지급 의무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판결 확정 다음 날부터 연 5%의 지연손해금이 붙어 하루에 약 1억 3000만원, 1년이면 472억원에 달하는 부담이 추가로 생깁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 회장 측이 재상고를 통해 자금 마련 시간을 벌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흔들린 주가와 불법 비자금 논란
이번 판결이 나오기까지 심급마다 분할액이 크게 달라져 왔습니다. 1심에서는 SK 주식을 최 회장의 특유재산으로 보고 665억원만 인정했는데요. 그러나 2심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그룹 성장에 기여했다고 판단하며 재산분할액을 1조 3808억원으로 대폭 늘렸습니다.
문제는 이 비자금이 불법 자금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대법원은 뇌물 성격의 자금을 재산분할의 기여도로 참작할 수 없다고 판단해 사건을 파기환송했고, 파기환송심은 비자금 기여도를 제외하되 SK 주식 자체는 분할 대상에 포함한다고 결정했습니다. 다만 주식 가액 산정 기준일을 2024년 4월 16일로 정하면서, 당시 주가가 이후 급등한 수준보다 낮게 책정되어 노 관장 측에서도 재상고를 검토할 여지가 남았습니다.
1조 원대 재원은 어디서
만약 판결이 확정된다면 최 회장은 어떻게 9440억원을 마련할지가 큰 관심사입니다. 현금을 직접 보유하기는 어려운 규모인데요. 재계에서는 SK㈜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은 약 6조 6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며, 이를 활용하면 상당액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배당 확대나 SK실트론 지분 매각 방안도 함께 거론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SK㈜로부터 세후 1038억원의 배당금을 받은 점을 고려하면, 배당 규모를 늘려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일각에서는 SK실트론 지분 29.4%를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어느 방식을 택하든, 이번 주 안에 재상고 여부가 결정되면서 이혼 소송의 최종 장이 열릴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