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드러난 회의 실태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방조 혐의 재판에서 계엄 해제 과정의 절차적 하자를 우려하는 증언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안덕근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4일 새벽 열린 비상계엄 해제 국무회의에서 한 전 총리가 '선포 국무회의도 있어야 한다'고 말하며 일부 국무위원들에게 회의장에 남으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는 앞선 계엄 선포 회의의 절차 문제가 해제 회의의 정당성까지 훼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조규홍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격앙된 목소리로 계엄 필요성을 설명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회의는 불과 3분도 채 걸리지 않은 매우 짧은 시간에 진행되었으며, 계엄에 대한 반대 의견이 제기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무리되었다고 합니다.
포고령 내용에 충격
조규홍 전 장관은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를 처음 접했을 때 크게 놀랐다고 증언했습니다. 특히 '전공의 처단'이라는 문구가 포함된 점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는데요. "포고령 내용에 크게 놀랐으며, '전공의 처단' 문구에 대한 경위는 알지 못한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이는 계엄 선포 과정에서 일부 국무위원들도 포고령 구체적 내용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음을 시사합니다.
안덕근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라디오로 처음 접했을 때 개그 프로그램으로 오해할 정도로 믿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회고했습니다. 당시 그는 퇴근 후 대통령실로 불려갔지만 회의가 끝났다는 연락을 받고 귀가하던 중이었습니다.
'5분 국무회의' 논란
특검 측은 한 전 총리가 계엄 해제 국무회의 후 진행된 이른바 '5분 국무회의'에서 계엄 선포문 관련 문건에 서명을 받아 합법적 외관을 꾸미려 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안덕근 전 장관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형식을 갖춰 해제했지만, 앞선 회의 구성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뒤의 회의는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그게 어떻게 국무회의냐"라고 반발했으며, 이는 당시 국무위원들 사이에 의견 충돌이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증언들은 '5분 국무회의'가 실질적인 논의 없이 형식적으로 진행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재판부의 움직임과 향후 전망
재판부는 한 전 총리의 혐의를 내란 우두머리 방조에서 내란 중요임무종사로 변경하는 것을 특검에 요청했습니다. 이는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 및 해제 과정에서 더 적극적으로 관여했을 가능성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또한 재판부는 관련자들의 명확한 증언을 요구하며, 필요시 직권으로 증인 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다음 공판에서는 강의구, 김정환 전 실장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인데요. 이들의 증언을 통해 계엄 선포 결정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역할과 국무위원들의 대응이 더욱 명확히 밝혀질 전망입니다. 재판부는 위증 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향후 증인들의 증언이 재판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