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킷브레이커 두 차례 터진 증시, 책임론으로 번지는 공방
2026년 7월 말 국내 증시가 사상 초유의 폭락을 겪으면서 정치권이 뒤숭숭합니다. 코스피는 5000선이 무너졌고, 코스닥은 정권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여기에 이틀 연속 동반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최고조에 달했는데요. 이런 와중에 남미 순방 중이던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현지 브리핑에서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라고 발언한 것이 마치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습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이를 두고 국민의 염장을 지르는 구질구질한 변명이라고 일제히 비판했습니다. 특히 장동혁 대표는 증시가 실정을 넘어 범죄에 가까운 도박판으로 변질됐다며 대통령의 침묵까지 지적했는데요. 이처럼 김 실장의 한마디를 시작으로 야권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정작 시장 안정을 위한 실질 대책은 뒷전으로 밀리는 모양새입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쏜 도화선
이번 증시 급락의 핵심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ETN 도입이 꼽히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 상품을 허용하면서 고위험 투자 환경이 조성됐고, 이것이 시장 변동성을 극대화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특히 개인투자자들이 약 56조 원의 손실을 봤다는 추산이 나오면서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이를 정부의 정책 실패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정부가 상품 도입과 상승기 성과 홍보에는 열을 올렸으나 투자자 보호는 외면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국민연금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가 방어 자금으로 쓰인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며 국민 노후 자금의 안정성을 우려했는데요. 경실련 역시 정부가 단기 지수 상승에만 몰두해 기업 가치 제고라는 본질을 놓쳤다고 비판하며, 관련자들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반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레버리지 ETF 도입이 범죄는 아니라는 선을 긋는 한편, 의무공개매수제도 부활 등 자본시장 선진화를 통한 제도 개선을 약속했습니다.
정치 공방 속 미뤄지는 실질 대책
현재 야권은 김용범 실장과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감독원장 등 이른바 '레버리지 노답 삼형제'의 즉각 경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나아가 국정조사와 특검까지 주장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데요. 안철수 의원은 이들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는 휴먼 에러라고 지칭하며 경질을 촉구했고, 나경원 의원도 국민 탓을 하는 김 실장의 태도를 문제 삼았습니다.
이에 금융당국은 7월 31일부터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3배 올리고, 대용증권을 전면 폐지해 현금 100%만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한시적 공매도 금지나 증권시장안정펀드 가동 등 추가 카드도 검토 중인데요. 하지만 이런 사후 조치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습니다. 여야의 시각차가 극명한 탓에, 당분간 증시 안정 대책보다는 책임 공방이 먼저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결국 투자자들의 피해는 정치적 수 싸움의 볼모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