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 뒤 찾아낸 핀셋 규제
2026년 8월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원정출산을 차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이는 지난 6월 연방대법원이 출생시민권 제한에 제동을 건 뒤, 그 벽을 우회하려는 조치로 풀이됩니다. 당시 대법원은 미국 수정헌법 14조를 근거로 미국 영토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이 부여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이 판결이 매우 유감스러운 결정이라며, 제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에 서명된 명령은 관광이나 학업, 취업 등 비이민 비자로 입국해 출산하는 이른바 원정출산을 원천 차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와 국토안보부는 출산 목적으로 입국하려는 외국인의 비자를 거부하거나 취소하고, 이미 입국한 경우 추방까지 검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원정출산을 알선한 업체나 개인에게도 정부 차원의 제재를 가하기로 해 산업 전체를 직접 겨냥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누가 걸리고 누가 제외되는가
행정명령의 적용 대상은 원정출산뿐만이 아닙니다. 미국 내 외교 공관 직원이나 국제기구 종사자의 자녀, 테러단체로 지정된 집단이나 적성국 소속 인사가 미국에서 낳은 아이도 시민권 취득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대리모를 통해 태어난 아이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다만 괌이나 사이판에서의 출산은 기존대로 시민권이 보장되는 부분도 있어 적용 범위가 복잡하게 엮여 있습니다.
특히 주목받는 건 중국 부유층 등을 겨냥한 경제적 이유입니다. 미국 내에서는 원정출산이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해 일부 업체가 2천 건 이상의 출산을 지원하며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부유층이 시민권을 돈으로 사는 행위는 제도의 원래 취지를 왜곡한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주장입니다. 반면 민주당과 주요 언론은 합법적 체류 중 출산과 출산 목적의 입국을 구분하기 어렵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법적 공방과 정치적 계산
이번 조치가 법적 다툼 없이 순조롭게 시행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미 법적 이의를 제기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패소를 자신했는데요.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은 적성국 지정 기준에 대한 논란이 클 것이며, 헌법에 명시된 출생시민권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백악관은 대법원 판결과 상충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무효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 이런 행정명령이 나온 점을 보면, 정치적 의도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 이민 정책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 왔고, 이번 명령은 보수층 유권자를 결집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됩니다. 다만 세부적인 발효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관련 부처의 시행 규정 공개 이후에도 법원에서 다시 막힐 수 있는 변수가 많은 상황입니다. 미국의 출생시민권 제도를 둘러싼 찬반 대립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