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 충돌하는 중일 외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자위권 행사 가능성' 발언이 중일 관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 발언을 "역사에 대한 무지이자 현실 오판"이라고 격렬히 비난하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일본 측은 오히려 이 발언에 대해 국민의 55%가 '적절하다'고 평가하는 등 내부 지지가 확고한 모습입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이 타이완 문제를 일본의 존망 위기로 연결짓는 잘못된 인식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인용에 대해 "유엔 헌장과 국제법을 위반한 문서"라고 주장하며 일본의 역사 인식을 문제 삼았습니다. 중국 외교부 린젠 대변인은 "일본이 어물쩍 넘길 생각을 해선 안 된다"고 경고하며 발언 철회를 거듭 촉구하고 있습니다.
뿌리 깊은 역사 갈등의 재연
이번 갈등은 단순한 외교 마찰을 넘어 역사적 대립의 재현 양상을 보입니다. 중국은 카이로 선언과 포츠담 선언을 근거로 타이완의 중국 복귀가 제2차 세계대전의 합의된 결과라고 주장하는데요, 일본의 군국주의 잔재가 되살아날 경우 국제사회가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의 대응 방식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2012년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 분쟁 때처럼 대규모 반일 시위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한일령'으로 불리는 일본 문화 금지와 역사 논쟁을 통해 압박을 가하고 있죠. 중국 관영 매체는 류큐 왕국이 중국의 속국이었다는 주장까지 제기하며 갈등의 지평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일본 내에서도 팽팽한 여론
다카이치 총리의 강경 발언은 일본 내에서도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TV도쿄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대만 발언에 대한 찬성 55%, 반대 30%로 찬성 의견이 우세했는데요, 이 발언이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 75% 상승에 기여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특히 18-39세 젊은 세대에서 경제대책과 외교 정책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반면 비핵 3원칙 재검토 문제에서는 여론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응답자의 46%가 '견지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39%만이 재검토에 찬성했는데요, 자민당 지지층에서는 재검토 찬성 비율이 50%로 높은 데 비해 입헌민주당 지지층은 70%가 원칙 고수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군사·경제 전선에서의 맞불
양국 간 갈등은 외교 논쟁을 넘어 군사적 대립으로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필리핀군과 남중국해에서 공동 훈련을 실시했고, 기하라 관방장관은 대만과 가까운 오키나와현 방위 시설을 시찰하는 등 대중국 견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 역시 서해에서 군사 훈련을 강화하며 맞대응하고 있죠.
경제 분야에서는 이중적인 모습이 관찰됩니다. 중국은 한편으로는 일본 관광객 제한과 문화 교류 축소를 진행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 내 일본 기업 활동을 독려하는 등 경제 악화를 우려한 신중한 접근을 취하고 있습니다. 류진쑹 외교부 아시아국장이 일본 기업을 시찰하며 사업 활동을 장려한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장기화될 갈등의 그림자
아오야마가쿠인대 임재환 교수는 "중국에 일본은 '버린 카드'"라고 분석하며 갈등의 장기화를 전망했습니다. 중국은 일본이 미국과의 동맹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유연성을 잃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중일 갈등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양국 관계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중일 간 갈등이 심화되면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안미경중' 노선이 지속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동북아 지역의 새로운 지정학적 구도 속에서 한국의 외교적 선택이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