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사고 영상, 왜 문제가 됐나
2026년 10월 10일 영국 요크셔 야생동물공원에서 20대 남성이 시베리아호랑이 우리 안으로 들어갔다가 공격을 받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남성은 관람객에게 사진을 부탁한 뒤 울타리를 넘어 5살 수컷 호랑이 알타이에게 다가갔고, 200kg에 달하는 호랑이의 공격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공원은 곧바로 폐쇄됐고 관계 당국과 원인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월 14일쯤 트루스소셜에 사고 장면 41초 분량을 올리며 “절대로 자연을 함부로 건드리지 마세요”라는 문구를 붙였습니다. 이 영상은 백악관 공식 엑스 계정에도 공유됐고, 곧이어 경쾌한 음악을 깔아 맹수 공격 장면을 편집한 영상과 트럼프가 호랑이를 제압하고 껴안는 23초짜리 인공지능 합성 영상까지 이어졌습니다. 사망 사고를 자극적 콘텐츠로 재가공한 셈입니다.
유족과 영국 정치권의 반응
숨진 이는 버킹엄셔 출신의 윌리엄 채프먼으로 전해졌습니다. 유족은 그를 “밝고 따뜻한 청년”이라고 기억하면서도 수년간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강한 약물 치료를 받아왔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충격적인 영상이 계속 유포되면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며 게시와 확산을 중단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영국 경찰도 사고 영상을 온라인에 퍼뜨리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영국 정치권의 비판도 거셌습니다. 올리버 코퍼드 사우스요크셔 광역시장은 트럼프의 합성 영상이 값싼 웃음을 위해 사고와 유족을 조롱했다며 경멸받아야 할 행동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영국 총리실 역시 유족의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트럼프의 게시물은 국제적 논란으로 번졌고,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AI 콘텐츠와 책임 논란
트럼프 대통령이 인공지능 합성 영상을 무검증 상태로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그는 2026년 2월에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원숭이로 묘사한 가짜 영상을 게시했다가 삭제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의 소셜미디어 관리는 최측근 보좌관이 맡는 경우가 많지만, 대통령이 직접 게시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개인적 성향이 드러난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사고 조사는 계속 진행 중입니다. 채프먼이 왜 우리 안으로 들어갔는지, 정신질환 치료 이력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검시관과 당국이 판단할 사안으로 남아 있습니다. 호랑이 알타이는 사고 후에도 건강 상태가 확인돼 안락사되지 않을 예정입니다. 비극을 둘러싼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하는 시대에, 표현의 자유와 유족의 고통 사이의 경계를 다시 묻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