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병원, 똑같은 가해자들
강수빈 간호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근무했던 병원에서 또 다른 충격적인 제보가 나왔습니다. 2022년 해당 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했던 김 씨는 자신도 강 간호사와 거의 똑같은 방식의 괴롭힘을 당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건, 강 간호사가 지목한 가해자 3명 가운데 2명이 김 씨를 괴롭혔던 인물과 일치한다는 점입니다.
피해자는 병원을 떠나 업계까지 떠났지만, 가해자들은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겁니다. 김 씨가 퇴사한 자리에 강 간호사가 들어왔고, 비슷한 고통이 그대로 반복되었습니다.
드라마처럼 펼쳐지는 태움의 현장
김 씨는 2022년 응급실에 입사한 23살 사회 초년생이었습니다. 인력 부족으로 정식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업무에 투입되었는데요. 주삿바늘을 잘못 버렸다는 이유로 선배가 바늘을 바닥에 흩뿌려 치우게 했고, 인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환자 처치실에 끌려가 훈계를 듣기도 했습니다.
업무 외적 괴롭힘은 더 가혹했습니다. 아무런 표정 없이 한심하게 쳐다보는 이른바 시선 태움이 일상화됐고, 동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뒷담화를 하는 저격도 이어졌습니다. 당시 23살이던 김 씨는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했지만, 노동청에 신고하면 선배를 고발한 간호사라는 낙인이 두려웠습니다. 결국 생계가 걸린 청년은 개인 사정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나는 길을 택했습니다.
생계가 걸린 청년들은 낙인의 두려움 앞에서 제대로 된 신고 한 번 하기 어려운 현실에 놓입니다.
사라지는 피해자와 남는 구조
병원 측은 부서 이동과 근무 시간 분리 등 보호 조치를 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김 씨는 실효성이 없었다고 반박했는데요. 극단적 선택을 언급해야만 부서 이동이 가능했고, 인계 시간 때문에 가해자와의 접촉을 피할 수 없었다는 겁니다. 이런 대응이 피해자를 지키기는커녕 오히려 더 고립시켰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퇴사 후 김 씨는 간호 업계를 완전히 떠났습니다. 그럼에도 1년간 악몽과 심장 두근거림에 시달렸고, 자신이 떠난 자리에 강 간호사가 들어와 같은 고통을 겪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깊은 죄책감을 호소했습니다.
병원 안에서 같은 사람들에 의해 같은 방식의 괴롭힘이 반복된다는 건, 이제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제도적 보호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피해자는 계속해서 침묵 속에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누군가의 퇴사가 끝이 아니라 다음 비극의 시작이 되지 않도록, 이제는 구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