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만 보면 뚜렷한 반등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성장 전망을 크게 올렸습니다. 올해 성장률 전망을 2.6%에서 3.3%로 높였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4만3천 달러를 넘어 내년 5만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봤습니다.
배경에는 반도체가 있습니다. IMF는 한국과 타이완이 전 세계 AI 관련 컴퓨터 하드웨어 순무역의 62%를 차지한다고 짚었습니다. 반도체 호황이 대외 악재를 상쇄했다는 평가와 함께 부채비율 전망도 54.4%에서 46.1%로 낮췄습니다.
숫자와 체감의 간극
실물지표는 다릅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반도체 의존 구조가 장기 성장률을 끌어내리고, 실질임금과 소비 감소, 청년·제조업 고용 악화가 이어진다고 경고합니다. 김세직 원장은 2030년경 장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도 있다고 봤습니다.
체감도도 낮습니다. 사회적 가치 연구원 설문에서 한국의 1인당 GDP는 29개국 중 13위였지만 경제 체감도는 27위였습니다. 명목 성장과 생활 수준 사이의 거리가 그만큼 벌어져 있다는 뜻입니다. 한국은행 총재 신현송은 GDP갭률이 임계치에 가깝다고 평가했고, IMF는 내년 1.168%로 전망하며 물가 상승 위험을 짚었습니다.
AI가 흔들리면 가장 먼저 흔들리는 시장
IMF의 또 다른 메시지는 경고에 가깝습니다. AI 주식이 흔들릴 때 가장 민감한 아시아 선진 증시로 한국을 꼽은 겁니다. 지난 10월 13일 코스피는 IMF 보고서 발표와 함께 6% 넘게 급락해 6000선 아래로 내려갔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총의 52%를 차지하는 쏠림도 민감도를 높였습니다.
IMF는 AI 순환 투자의 위험성도 지적했습니다. 대형 AI 기업이 반도체·클라우드 기업에 지분과 부채를 넣고 투자금이 다시 매출로 돌아오는 구조입니다. 2023년 이후 대형 AI 거래 14건에는 3000억 달러 투자와 6500억 달러 부채가 붙었습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5.33%까지 올라 2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IMF는 AI가 기대만큼 생산성을 못 내면 세계 실질 GDP가 2년간 3%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성장과 취약성이 함께 드러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