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두 개의 가격표
서울 전세 시장에 '두 개의 가격표'가 생겼습니다. 갱신 계약은 9억원대, 신규 계약은 15억원대를 기록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같은 단지 안에서도 조건에 따라 몸값이 크게 갈리고 있는데요. 계약 유형 하나로 수억원의 차이가 발생하는 구조입니다. 전세를 지키는 사람과 새로 구하는 사람의 출발선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현장의 체감도 만만치 않습니다. 7개월 만에 부동산을 다시 찾은 수요자들이 강북권 11억원대 매물을 두고 "누가 사느냐"는 반응을 내놓을 정도로 가격 눈높이 자체가 빠르게 높아진 상태입니다. 매수든 전세든 예전 기준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숫자가 일상이 된 셈입니다.
격차가 벌어진 배경
갱신 계약과 신규 계약의 가격 차이는 제도와 시세가 맞물린 결과입니다. 갱신 계약에는 기존 임차인을 보호하는 장치가 적용되면서 상승 폭이 제한되는 반면, 신규 계약은 현재의 시세를 그대로 반영합니다.
여기에 전세 물량 감소와 월세 전환도 영향을 줍니다. 임대인이 전세 대신 월세를 택하면서 공급이 줄고, 남은 물량에 수요가 몰리면 신규 계약 가격은 더 빠르게 뛰게 됩니다. 같은 시장 안에서도 기존 세입자와 새 세입자의 부담이 전혀 달라지는 이유입니다.
갈아타기 어려운 시장
문제는 이 격차가 세입자의 이동을 막는다는 점입니다. 갱신을 포기하면 곧바로 15억원대 시장에 뛰어들어야 하니, 불만이 있더라도 계약을 유지하는 쪽을 택하게 됩니다.
반대로 임대인 입장에서는 신규 계약에서 시세를 인정받을 수 있어 갱신보다 신규를 선호할 유인이 생깁니다. 결국 시장은 재계약과 신규 계약이라는 두 층으로 나뉘어 움직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 이중 구조가 얼마나 오래 유지될지가 향후 서울 전세 시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