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 사건에 대한 재판은 한 번만
쌍방울그룹 김성태 전 회장의 ‘대북송금 제3자 뇌물’ 혐의에 대해 수원지방법원이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습니다. 12일 선고된 이 판결에서 재판부는 김 전 회장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가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과 사실관계가 정확히 같아 ‘이중 기소’에 해당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이는 형사소송법이 금지하는 동일 사건에 대한 중복 공소를 문제 삼은 결정으로, 검찰의 기소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김 전 회장은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등 형을 선고받은 상태였고, 항소심이 계속되고 있었는데요, 검찰이 여기에 뇌물 혐의를 추가로 들고 나오자 법원이 막아선 겁니다.
스마트팜 지원금과 방북 비용 대납의 정체
이번 사건의 씨앗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경기도가 추진했던 북한 지역 스마트팜 건설 지원 사업과 관련해, 김성태 전 회장이 약 800만 달러를 북한 측에 송금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여기에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방북 비용 약 300만 달러도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죠. 검찰은 이 대북송금이 외국환거래법 위반일 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 등에 대한 ‘제3자 뇌물’에 해당한다고 보고 지난해 김 전 회장을 뇌물공여 혐의로 추가 기소했습니다. 같은 사건의 공범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재판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재판부는 두 사건이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봤습니다. 하나의 행위가 여러 법률에 저촉될 때는 가장 무거운 죄로 한 번만 처벌해야 한다는 원칙이죠. 법원은 “범행 일시, 장소, 지급 상대, 금액 등이 동일하다”며 “검찰은 법률 전문가로서 경합 문제를 미리 검토해 동일 사실관계에 대한 반복 기소를 피해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피고인을 괴롭히려는 의도로 공소를 제기할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강한 표현을 쓴 점이 눈에 띕니다.
검찰 기소의 적정성과 향후 파장
이번 판결은 단순히 한 사건의 공소기각을 넘어, 검찰의 수사·기소 관행 전반에 대한 법원의 평가로 읽힙니다. 재판부는 국민의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를 언급하며, 검찰이 ‘실체적 진실 발견’을 명분으로 동일 사건을 반복해 기소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김성태 전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북한에 돈을 준 것은 잘못이지만, 이화영 전 부지사나 경기도에 대가를 요구한 적 없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 판결은 현재 중단된 이재명 대통령의 관련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검찰은 쌍방울의 대북송금을 이 대통령에 대한 뇌물로 규정하려 했는데, 그 뇌물을 건넨 당사자에 대한 공소가 기각된 셈이기 때문입니다. 법리적으로 제3자 뇌물이 성립하려면 뇌물 공여자와 수수자 모두 처벌 가능성이 있어야 하는데, 공여자에 대한 재판이 이런 식으로 마무리되면 전체 사건의 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검찰은 이 판결에 항소할 것으로 보이며, 향후 상급심의 판단이 또 하나의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