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불안·외국인 매도에 1,500원대 고환율 고착화
원·달러 환율이 1,520원대에서 흔들리며 고환율 기조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적 충돌로 중동 리스크가 재점화되면서 위험회피 심리가 극에 달했는데요. 이 여파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23거래일 연속으로 국내 주식을 순매도하며 2조 7,700억 원어치를 내다 팔았고, 코스피는 8,000선 회복 직후 7,500대로 급락하며 사이드카까지 발동되었습니다. 외국인 자금 이탈과 달러 선호 심리가 맞물리면서 원화 가치는 한 달 가까이 1,500원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출 기업 달러 쌓아두기에 환율 악순환 우려
환율 상승의 이면에는 수출 기업들의 행태 변화도 큰 몫을 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불확실성을 대비해 5대 은행에 맡겨진 기업과 기관의 달러 잔액이 약 82조 원(539억 달러)에 달하는데요. 기업들이 환율 추가 상승을 예상하고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계속 보유하다 보니, 시장 내 달러 공급이 부족해지고 이것이 다시 환율을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달러 예금이 쏠리는 만큼 원화 유동성은 줄어들어 환율 상방 압력을 키우는 구조입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과도한 달러 예금 유치 자제를 당부하며 공급 부족 완화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당국, 14년 만에 외환 공동검사…전방위 시장 관리
이에 금융당국은 비상 대응에 나섰습니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14년 만에 외환공동검사에 착수해 외국계 은행과 NDF 시장을 중심으로 투기성 거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재경부는 범정부 불법 외환거래 대응반을 상시 운영으로 전환하며 4,154억 원 규모의 위법 사례를 적발했는데요. 수입대금 조기 지급이나 수출대금 수령 지연, 가상자산을 활용한 외화 유출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입니다. 또한 문지성 재경부 국제차관보가 미국을 방문해 미 재무부와 환율 안정 방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6월 18일 시행되는 한미전략투자특별법과 관련해 대미 투자 시기를 조율하며 외환시장 불안을 최소화하려는 취지입니다. 다만 다음 달 24시간 외환거래 체제 전환을 앞두고 유동성 부족 심야 시간대의 변동성 확대 우려도 나오고 있어, 시장 안정화는 당분간 쉽지 않은 과제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