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가족으로서의 새로운 출발
이재명 대통령이 12월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태평양도서국포럼(PIF) 소속 15개국 외교장관 단체를 접견했습니다. 나우루, 피지, 통가 등 태평양 도서국 정상 및 고위급 대표단을 맞이한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한국과 태평양 도서국은 가족과 같은 관계”**라고 선언하며, 함께 미래를 설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접견은 전날 서울에서 열린 ‘제6차 한-태평양도서국 외교장관회의’에 이은 후속 조치로, 양측 간 협력을 본격적으로 심화시키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사실 한국과 태평양 도서국들의 관계는 1970년대 통가와의 수교로 시작해 꽤 오래됐습니다. 1995년 태평양도서국포럼에 대화상대국으로 가입한 이후 30년 가까이 꾸준한 소통을 이어왔고, 2011년부터는 외교장관회의를 정례화하며 관계를 다져왔죠. 그동안 한국은 2억 4천만 달러(약 3,200억 원) 규모의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이들 국가의 보건, 교육 분야 발전을 지원해왔습니다. 이번 접견은 이런 오랜 협력의 역사 위에,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가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해결에 앞장서겠다는 약속
이 대통령이 특히 강조한 건 기후변화 대응이었습니다. 태평양 도서국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물에 잠길 위기에 처한 국가들이 많습니다. 이 대통령은 만찬 연설에서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 등 공동의 위협에 맞서 협력할 것”이라며 한국의 선도적 역할을 약속했습니다. 한국이 글로벌 책임 강국으로서 전 지구적 난제 해결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거죠.
이러한 발언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닙니다. 한국은 올해 태평양도서국에 대한 ODA 규모를 지난해보다 두 배로 확대했습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외교장관회의에서 직접 밝힌 내용인데요, 기후위기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취약국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는 실질적인 의지로 풀이됩니다. 한국의 산업화 과정에서의 경험과 최근의 녹색 기술을 공유하며, 이들 국가의 자립적 성장을 돕겠다는 계획도 함께 제시됐습니다.
광물·에너지 협력과 경제적 가치
협력의 또 다른 축은 경제입니다. 이 대통령은 접견에서 태평양 도서국과의 광물 및 에너지 분야 협력 확대 가능성에 큰 기대를 표명했습니다. 태평양 지역은 희토류 등 전략적 광물 자원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이 첨단 산업에 필요한 핵심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됩니다.
동시에 이 지역은 한국 경제에 이미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태평양 해역은 한국 원양어업의 핵심 어장이며, 국내 소비 참치의 90% 이상을 공급하는 지역입니다. 단순한 원조 수혜국이 아닌, 상생하는 경제 파트너로서의 관계를 구축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게다가 태평양 도서국들은 유엔 회원국 14개국이 밀집해 있어 국제기구 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이 ‘글로벌 사우스’와의 외교 지평을 넓히고 국제 사회에서 발언권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도 함께 진행 중인 셈이죠.
균형 외교를 통한 국제적 입지 강화
태평양 지역은 미중 간의 패권 경쟁이 첨예하게 벌어지는 지역입니다. 이런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한국의 접근법은 주목할 만합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실질적인 협력과 상생을 통한 ‘균형 외교’를 추구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기후 대응,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앞세워 신뢰를 쌓고, 그 위에 경제·자원 협력을 더하는 방식이죠.
이 대통령은 “함께 미래를 설계해 나가자”는 말로 연설을 마무리했습니다. 반세기가 넘는 우정을 ‘태평양 가족’이라는 감성적 프레임으로 재정의하며, 관계의 질적인 도약을 꾀하고 있습니다. 당장의 성과보다는 장기적 신뢰와 협력의 토대를 다지는 데 초점을 맞춘 전략입니다. 한국이 기후위기라는 글로벌 현안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자임하며, 동시에 자원 안보와 외교적 영향력 확보라는 실리를兼顾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향후 이번 접견을 계기로 양자간 구체적 협력 사업이 어떤 형태로 구체화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