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발 급락, 그러나 목표가는 그대로
2026년 10월 20일 코스피가 3.7% 밀리며 5,552.74에 마감했습니다. AI 기업들의 매출 성장세가 둔해지고 데이터센터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면서 반도체 대형주가 직격탄을 맞은 겁니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반토막'이라는 말까지 나왔는데요. 그런데 같은 날 쏟아진 증권사 보고서들의 방향은 정반대였습니다. 노무라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 67만원, SK하이닉스 470만원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현재 주가와 비교하면 각각 219%, 288%의 상승 여력입니다. 시장 분위기와 너무 동떨어진 숫자라 오히려 화제가 됐죠.
근거는 데이터센터 증설 속도
노무라가 제시한 핵심 논리는 수요와 공급의 시차입니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신규 설비 규모는 올해 22.3GW에서 내년 31.5GW로 커집니다. 이 증설 속도가 메모리 공급 증가율을 앞지르면서 2028년까지 공급 부족이 이어진다는 겁니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의 3분기 합산 매출은 전년 대비 507% 늘었지만 성장률 자체는 둔화된 상태입니다. 다만 노무라는 이 지표만으로 전체 수요를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봤습니다. 반도체 기업 9곳의 합산 순현금이 2026년 2분기 2,820억달러에서 2028년 말 2조달러로 불어난다는 전망도 함께 내놨습니다. 중국 창신메모리의 4F² 기술 진전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고 평가했습니다.
KB증권도 비슷한 방향입니다. 삼성전자가 내년 메모리 생산 물량의 약 80%를 장기공급계약으로 확보했고, HBM4 효과로 D램 가격이 내년 1분기부터 두 자릿수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내년 영업이익 555조원이라는 추정치까지 제시했습니다.
공급 부족의 그늘
문제는 이 공급 부족이 반도체 업계만의 호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DDR4 계약 가격은 3개월 만에 24% 뛰며 DDR5를 앞질렀습니다. 테슬라는 차세대 자율주행 칩 AI5의 메모리 용량을 줄이는 쪽을 택했고, 장기공급계약의 가격 완충 효과도 약해지고 있습니다.
낸드 시장까지 부족이 번지면서 완제품 성능을 낮추는 '디스펙' 흐름이 자리 잡는 모습입니다. 메모리 불패론이 힘을 얻을수록, 그 비용을 떠안는 쪽은 결국 세트 업체와 소비자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