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6년을 인공지능(AI)과 과학기술 대도약의 원년으로 선포하며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습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겸 부총리는 12일 2026년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AI 세계 3대 강국 진입을 위한 종합전략을 공개했습니다. 핵심은 내년 상반기 국산 AI 파운데이션 모델 오픈소스 공개와 3만7천 장의 고성능 GPU 확보, 그리고 국가적 난제 해결을 위한 ‘K-문샷’ 프로젝트 추진입니다.
AI 인프라 구축에 총력
가장 눈에 띄는 것은 AI 연산의 핵심 자원인 GPU 대량 확보 계획입니다. 정부는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통해 총 26만 장의 GPU 도입을 약속했으며, 그 첫걸음으로 2026년까지 3만7천 장을 우선 확보해 학계와 기업에 공급할 예정입니다. 올해 말부터는 이미 확보한 1만3천 장이 연구 현장에 투입됩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이른바 ‘치맥 회동’을 통해 이뤄진 성과로, 국내 AI 생태계의 체질 개선을 위한 결정적 지원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동시에 정부는 독자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합니다. 2026년 상반기 중 6대 분야에 특화된 국산 AI 파운데이션 모델의 1차 개발을 완료하고 오픈소스로 공개할 계획입니다. 목표는 연내 세계 10위권, 2026년까지는 톱10 수준에 진입하는 것입니다. GPU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K-NPU 프로젝트’도 추진되어 1조 원 규모로 국산 AI 반도체를 육성할 방침입니다.
과학기술 패러다임 전환
AI 기술 확보와 병행해 정부는 연구개발(R&D) 생태계 자체의 대대적 개혁을 예고했습니다. 핵심은 ‘과정 중심’의 평가와 장기적 지원입니다. 기존의 13년 단위 연구 기간을 35년으로 확대하고, 10년 이상의 장기 연구를 촉진하는 제도를 도입합니다. 실패를 용인하는 도전적 문화 조성과 연구 과정의 성실성을 평가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전환해 연구자들의 행정 부담을 200여 종 서식 축소와 AI 활용으로 줄이겠다는 계획도 포함됐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정점에 ‘K-문샷’ 프로젝트가 자리합니다. 난치질환 정복, 청정에너지, 차세대 반도체 등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 프로젝트는 미국의 ‘제네시스 미션’에 준하는 규모로 기획됐습니다. 2030년까지 전략기술 분야에서 미국 대비 기술 수준 85% 달성을 목표로, 신약, 휴머노이드, 희토류 저감 등 5개 핵심 분야에 집중 투자할 예정입니다.
보안 강화와 지역 균형 발전
AI 기술 발전과 함께 보안 정책도 대대적으로 강화됩니다. 가장 강력한 조치는 보안 사고를 반복하는 기업에 매출액의 최대 3%에 달하는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입니다. 단순 과태료 수준을 넘어 기업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의 제재를 통해 기업의 보안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의지입니다. CEO의 보안 책임 법제화와 최고보안책임자(CISO) 권한 강화도 함께 추진됩니다. 지역 간 균형 발전 전략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3조1천억 원을 투입해 서남권, 동남권, 대경권, 전북권 등 4대 권역을 중심으로 ‘지역 AX 프로젝트’를 추진합니다. 각 지역의 주력 산업인 제조, 물류, 조선 등에 AI를 접목하는 ‘피지컬 AI’ 확산에 주력해 수도권 중심의 연구개발 구도를 탈피하겠다는 구상입니다. 국제 협력 전략도 세분화됩니다. 미국과는 AI 공동 연구와 반도체 등 공급망 협력을, 중국과는 로봇, 드론 등 산업 현장에 적용되는 피지컬 AI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등 상대에 맞춘 전략을 펼칠 예정입니다. 아태 지역의 우수 인재와 스타트업을 유치해 한국을 ‘아태 AI 허브’로 만드는 계획도 포함됐습니다. 정부의 이번 종합 전략은 단순한 기술 투자를 넘어 인프라, 인재, 제도, 보안, 지역 균형까지 아우르는 포괄적인 도약 계획입니다. 성공 여부는 이제 막 공개된 야심찬 로드맵이 얼마나 차질 없이 실행될지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