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7천억 원의 무게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처음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위원회는 신청인 50명에게 현금 또는 쿠팡캐시로 1인당 10만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는데요. 이는 단순한 권고를 넘어 향후 수천만 명의 피해자를 아울 수 있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이번 결정의 핵심은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가 단순 정보 노출을 넘어섰다는 점입니다. 위원회는 성명과 이메일, 주소뿐 아니라 공동현관 비밀번호와 주문 내역 등 사생활과 밀접한 정보가 유출된 점을 짚었습니다. 특히 해커가 장기간에 걸쳐 정보를 빼내 일부 고객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는 등 실제 악용 가능성이 확인된 점이 책임 인정의 결정적 근거가 되었습니다.
5만 원에서 10만 원까지
쿠팡은 사고 직후 피해자들에게 1인당 5만 원 상당의 이용권을 지급하며 자체 보상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위원회는 이 방식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는데요. 로켓배송 이용권은 5천 원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쿠팡이츠나 여행 등 특정 서비스에 한정되어 실질적 보상 효과가 떨어진다고 본 것입니다.
결국 위원회는 법원이 통상적으로 인정하는 위자료 수준과 유출 정보의 민감성을 고려해 배상액을 기존 제시안의 두 배인 10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보상 방식도 신청인의 선택에 따라 현금이나 쿠팡캐시로 받을 수 있도록 해 실효성을 높였습니다. 다만 이 조정 결정은 강제력이 없어 쿠팡이 수용해야만 효력이 발생하는 구조입니다.
거부할 수 없는 숫자, 감당할 수 없는 규모
만약 쿠팡이 이 조정안을 받아들이면 상황은 복잡해집니다. 정부 조사 결과 회원과 비회원을 합쳐 약 3,756만 명의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이 배상 기준이 전체 피해자에게 확대될 경우 총 배상액은 약 3조 7천억 원에 달하게 됩니다. 사실 쿠팡은 이미 지난 6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역대 최대인 6,246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상태입니다. 여기에 막대한 배상금까지 더해지면 기업 경영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업계에서는 쿠팡이 과거 SK텔레콤 사례처럼 조정안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SK텔레콤 역시 유출 피해자들에게 1인당 10만 원 상당의 혜택을 제공하라는 조정안을 거부한 뒤 민사 소송으로 번진 전례가 있죠. 쿠팡이 15일 이내에 수용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대규모 집단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며, 이는 국내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중요한 선례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