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문 열린 사고관리계획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고리원전 3·4호기의 사고관리계획서를 승인했습니다. 2026년 10월 15일 열린 제2026-16회 회의에서 위원 9명 중 7대 2로 통과됐는데요. 2019년 한국수력원자력이 문서를 제출한 뒤 7년 만에 나온 결론입니다.
사고관리계획서는 설계기준 사고부터 다중고장, 외부 재해, 중대사고까지 폭넓은 상황을 다루는 문서입니다. 원안위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9개월간 사전검토를 여섯 차례 진행하며 허가 기준 충족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다만 이번 승인은 계속운전 허가 자체는 아니고, 그 심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첫 단추에 해당합니다.
멈춰 선 원전과 커지는 전력 수요
고리 3·4호기는 각각 950MW 규모로, 두 기기를 함께 돌리면 연간 1,900MW를 공급할 수 있습니다. 인구 수백만 명 규모 광역시의 1년치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양인데요. 두 기기는 1985년 9월과 1986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했고, 설계수명 40년이 지나면서 2024년 9월 28일과 2025년 8월 6일에 차례로 멈춰 섰습니다.
재가동이 미뤄지는 사이 전력 공급 공백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국회에서는 고리 3·4호기와 한빛 1·2호기 가동 중단으로 인한 전력 판매 기회비용이 2조 원에 달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가 향후 15년 안에 전력 수요를 70%가량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심사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줍니다.
남은 절차와 안전성 검증
운영변경허가 신청은 2023년 11월 접수됐지만, 이날 회의에서도 최종 결론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계속운전 안건은 추후 재논의로 보류됐고, 원안위는 한수원의 후속 조치 이행 여부를 확인한 뒤 최종 판단할 예정입니다. 같은 날 한빛 1·2호기도 사고관리계획서 승인을 받아 별도 심사 절차를 밟게 됐습니다.
회의 과정에서는 논란도 있었습니다. 박종운 위원이 질의 중 손가락질을 하고 기차표 시간이 다 됐다는 발언을 남긴 채 퇴장하면서 최원호 위원장이 제지하는 상황이 벌어졌는데요. 승인과 보류가 엇갈린 만큼, 재가동 시점과 안전성 검증을 둘러싼 논의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