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만에 무너진 '가족 면죄부'
지난 70년간 가족 구성원 사이에서 발생한 절도, 사기, 횡령 등 재산 범죄는 사실상 '면죄부'를 받아왔습니다. 형법이 제정된 1953년 이후 친족 간 재산 범죄에 대해서는 고소가 제한되거나 형량이 반드시 감면되는 등 특별 대우를 해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26년 새해를 맞아 국회는 이러한 특권을 깨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제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 사이에서 일어나는 재산 침해 행위도 피해자의 고소만 있으면 처벌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이번 개정은 피해자 보호와 형사 사법의 공정성을 강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직계존속도 고소할 수 있다
개정안의 가장 큰 변화는 친족 간 재산 범죄에 대한 고소권 확대입니다. 기존에는 친족 간 범죄라도 직계존속(부모, 조부모 등)에 대한 범죄는 고소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예를 들어 자식이 부모의 돈을 가로채도 부모는 고소할 수 없었습니다. 반면 다른 친족에 대해서는 고소가 가능한 '친고죄'로 규정되어 있어 차별이 존재했습니다. 이번 개정은 근친과 원친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친족 간 재산 범죄를 친고죄로 일원화했습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원하는 경우 직계존속에 대한 범죄도 고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장물범과 본범이 친족인 경우 반드시 형량을 감면해야 했던 '필요적 감면' 규정도 삭제되고, 법원이 사안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감면 여부를 결정하는 '임의적 감면'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로써 법관은 범죄의 경위와 중대성에 따라 적절한 형을 선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족 간 범죄 예방과 피해자 구제의 새 지평
이번 개정은 가족 간 재산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조치입니다. 그동안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범죄가 은폐되거나 제대로 처벌되지 않아 피해자들은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정신적 고통까지 겪어야 했습니다. 특히 노부모의 재산을 자녀가 횡령하는 사례나, 형제 간 사기 사건 등에서 피해자들이 법적 구제를 받기 어려웠습니다. 앞으로는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신고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됨에 따라, 가족 간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예방 효과도 기대됩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개정이 가족 간 신뢰를 해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범죄를 억제하고 건강한 가족 관계를 유지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고소를 결심한 피해자에게는 심리적 부담이 따를 수 있어, 상담 지원 등 후속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