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책임은 제도에 있다는 진단
이재명 대통령이 싱가포르 국빈방문에서 잇따라 내놓은 부동산 발언의 핵심은 단순합니다. 집을 사고파는 행위 자체는 개인의 자유이지만, 그 행위가 이익이 되느냐 손실이 되느냐는 정부가 정할 수 있고 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는 다주택이나 비거주 주택을 보유한 개인을 도덕적으로 비난하기보다, 과거 그런 선택이 이익이 되도록 방치하거나 조장해 온 제도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대통령은 “돈이 되니까 집을 사 모은다”는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를 인정하면서도, 정부가 세금과 금융, 규제를 설계해 투기적 선택이 손실이 되도록 바꾸겠다는 방향을 제시했죠.
이러한 문제의식은 싱가포르 현지에서 더욱 구체화됐습니다. 그는 좁은 국토와 높은 소득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투기로 국민이 고통받지 않는 싱가포르의 사례를 언급하며,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정책만 있다면 해결 가능한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싱가포르가 공공주택 대규모 공급과 외국인·다주택자에 대한 강력한 세금 규제로 시장을 안정시킨 점을 노린 발언이었습니다.
세금·규제 설계로 시장 게임의 법칙 바꾼다
그렇다면 정부는 어떻게 ‘게임의 법칙’을 바꾸겠다는 걸까요?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보도들을 종합하면 몇 가지 정책 도구가 예상됩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보유세 강화입니다. 여당 내에서도 ‘뉴욕식 보유세’ 도입이 논의되며, 일부 고가 아파트 단지의 경우 현재 세금의 4배에서 10배까지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시사가 나왔습니다. ‘버티면 손해’라는 압박을 통해 투기 수요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두 번째는 금융과 규제 장치입니다. 대통령은 “정부 정책에 반하는 선택이 이익이 될 수 없도록 만들 것”이라고 에둘러 경고했는데요. 이는 다주택자나 고가 주택 구매자에게 더 높은 대출 금리 적용, 거래 규제 강화 등 다양한 금융·행정적 장벽을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목표는 분명합니다. 주택을 주거 수단이 아닌 투기 수단으로 삼는 행위를 경제적으로 매력 없게 만드는 거죠. 그의 발언 “집 사봤자 이것저것 떼서 남는 게 없다면 누가 사겠냐”는, 앞으로의 제도 설계가 결국 ‘남는 게 없도록’ 할 것임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선언 이후, 당장 드러나는 시장과 정치의 반응
이런 강경한 의지의 선언은 이미 시장과 정치 지형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본인의 아파트를 매각하며 ‘배수진’을 친 이후, 서울 동남권을 중심으로 매매수급지수가 뚜렷하게 하락했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이는 향후 정책 강화에 대한 예상이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를 얼어붙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서입니다. 부동산 정책이 경제적 현실과 정치적 지지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고리에 다시 한번 주목하게 만듭니다.
정치적으로도 파장은 즉각적이었습니다. 대통령의 ‘팔기 싫으면 두라’는 발언은 최근 여의도 오피스텔 매물을 내놓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며, 다주택 논쟁을 다시 정쟁의 전면으로 끌고 왔습니다. 동시에 리얼미터 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특히 서울에서 하락한 것은 자산 가치 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정치적 평가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대통령은 교민들에게 “집 걱정 없이 돌아오라”고 안심시켰지만, 국내 시장의 반응과 국민의 체감은 또 다른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그의 강력한 제도 재설계 의지가 실제로 안정된 주거 시장으로 연결될지, 아니면 당장의 시장 위축과 반발만 부를지, 향후 구체적인 정책 설계와 실행이 중요한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