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로 돌아선 서학개미들
6월부터 개인 투자자들이 다시 미국 증시로 향하고 있습니다. 7월 한 달 동안 무려 46억 달러 이상을 순매수했고, 8월에도 이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초반까지 내려가면서 환전 부담이 줄어든 점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반면 국내 증시는 6월 22일 역대 최고점 9,114.55를 찍은 뒤 하락 조정을 겪으며 투자 심리가 위축되었죠.
물론 지난 2분기만 해도 상황은 달랐습니다. 코스피 상승과 함께 정부가 내놓은 국내시장복귀계좌(RIA) 덕분에 4월과 5월에는 해외 주식을 순매도하는 모습까지 보였는데요. 하지만 최고점 이후 국내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다시 미국 쪽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이처럼 단기적인 국내 증시 반등에도 불구하고,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 시장 선호는 쉽게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 증시를 떠나는 이유
이번 유턴의 배경에는 국내 증시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5월 출시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인데요. 극심한 변동성을 초래하며 투자자들의 손실을 키웠고, 결국 정부가 긴급 조치까지 검토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 상품의 코스피 거래 비중은 7월 30일 32.5%에서 8월 7일에는 3.4%로 급감했죠.
거기에 정부가 내놓은 2026년 ISA 세제 개편안도 불만을 키웠습니다. 연간 납입 한도 이월 제도를 없애고 계약 기간을 최대 5년으로 제한하는 등 혜택을 대폭 줄였는데요. 특히 해외 ETF 투자를 사실상 차단하는 방향으로 기획되면서 투자자들은 정책이 오히려 투자 환경을 악화시킨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처럼 정책 실패가 겹치면서 국내 시장에 대한 신뢰 회복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달라진 투자 전략
미국 증시로 돌아온 서학개미들의 매매 패턴도 눈에 띄게 변했습니다. 과거처럼 지수 추종 ETF만 사는 대신, 낙폭이 컸던 개별 종목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는데요. 아마존과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샌디스크 등에 자금이 집중됐고,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블룸 에너지에도 매수세가 유입됐습니다.
반면 반도체 레버리지 ETF인 SOXL은 5일간 43.6% 급등하자 11억 달러 넘는 대규모 순매도가 나왔습니다. 직전 주에 20억 달러 이상을 사들였던 투자자들이 단기 수익을 확정한 셈이죠. 팔란티어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대형 기술주 역시 주가가 폭등한 뒤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습니다. 이처럼 서학개미들은 단기 변동성을 적극 활용하며 수익을 챙기는 전략으로 점차 진화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 증시의 투자자 예탁금은 두 달 만에 35조 원 이상 급감하며 매수 대기 세력이 크게 줄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변동성 완화와 신뢰 회복 없이는 자금 이탈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당분간 서학개미들의 미국 시장 향방은 국내 정책의 변화와 함께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