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직전 뒤집힌 대러 제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에너지와 연계된 제재와 관세를 면제했습니다. 대상은 린지 그레이엄 러시아·이란 제재법, 이른바 그레이엄법에 따라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를 많이 수입하는 상위 5개국에 부과될 예정이던 최대 100% 관세입니다. 법 시행을 앞두고 백악관이 국익에 부합한다는 서면 인증을 의회에 제출하면서 제재 효력이 멈춰 섰습니다.
이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산 경유 30만 톤 이상을 미국과 국제시장에 공급하기로 합의한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경유 공급을 늘려 유류 가격을 낮추겠다는 계산이 깔린 겁니다. 실제로 그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이 국제 유가를 자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유가와 중간선거가 만든 선택
배경에는 미국 내 에너지 가격 부담이 있습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주요 경제 이슈로 떠오르자, 행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압박보다 물가 안정을 우선한 모습입니다. 제재를 유지하는 대신 공급을 늘려 당장의 가격 불안을 진정시키려는 셈입니다.
다만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러시아 역시 정유시설 피해와 수출 제약을 겪고 있어, 경유 공급 확대가 국제 가격을 얼마나 끌어내릴지는 미지수입니다. 미국의 제재 면제가 러시아산 에너지의 물류 장벽을 낮추는 데 그칠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의회의 반발과 남은 논쟁
미국 정치권의 비판은 거셉니다. 민주당의 돈 바이어 하원의원은 우크라이나 협력국을 배신하고 러시아의 불법 침략 전쟁에 책임을 묻는 입법 취지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공화당 일부 의원들도 러시아산 경유 판매가 전쟁 자금 조달에 기여할 수 있다며 제재 시행을 촉구했습니다.
리처드 블루먼솔 상원의원은 이번 유예를 비굴하고 비겁한 행동이라고 비판했고, 공화당 상원의원 12명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러시아산 경유 거래 허용 방침을 철회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면제 사유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채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제재 완화가 유가를 잡을지, 아니면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동맹 균열로 이어질지가 앞으로의 쟁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