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년 만의 최악, 인텔이 흔든 시장
인텔 주가가 하루 만에 28.58% 빠지면서 시가총액 1370억 달러, 우리 돈 약 183조 원이 사라졌습니다. 1974년 이후 52년 만의 최대 낙폭입니다. 3분기 실적 자체는 나쁘지 않았는데요. 매출 165억 달러로 1년 전보다 21% 늘었고, 데이터센터·AI 부문 매출은 78% 급증했습니다.
문제는 다음 분기 전망이었습니다. 4분기 매출 가이던스는 150억~160억 달러로 시장 예상치 171억 달러를 밑돌았고, 조정 EPS 전망도 43센트 기대에 25센트에 그쳤습니다. PC 시장 침체가 길어지는 데다 이스라엘 공장 폭발 사고로 두 분기에 걸쳐 6억 달러 규모 매출 차질이 예상된 탓입니다.
반도체 전반으로 번진 매도세
충격은 인텔 한 곳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7.2% 급락했고, AMD와 퀄컴은 10% 넘게, 엔비디아와 브로드컴도 4~5%대 빠졌습니다. SK하이닉스 ADR도 8% 가까이 밀렸죠. 나스닥은 2.86% 하락했고, 나스닥100은 10월 한 달간 5.8% 빠지며 시가총액 약 2670조 원이 증발할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알파벳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매출은 25% 늘었지만 검색 광고 수익성 우려에 주가가 12.6% 급락했고, 하루 만에 681조 원이 날아갔습니다. 아마존은 최근 1년 잉여현금흐름이 424억 달러 적자였고, 알파벳도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시장이 묻기 시작한 것
핵심은 AI 성장 스토리 자체가 아니라 현금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메타, 오라클 5곳의 1~9월 자본적지출은 5569억 달러로 영업현금흐름 5429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번 돈보다 쓰는 돈이 많아진 구조인 겁니다. 메타는 975억 달러 조달 계획을 내놨고, 마이크로소프트도 250억 달러 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섰습니다.
반대로 AI 수요가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서버용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고,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삼성과 SK를 잇달아 만나 협력을 논의했습니다. 문제는 투자 속도와 현금 회수 시점의 간극입니다. 국내 증시는 이미 상당한 조정을 거친 만큼, 미국 반도체주의 추가 하락과 외국인 수급이 이번 주 관건으로 꼽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