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규명은 뒷전인 감사
이태원 참사 발생 3주기를 앞두고 감사원이 내놓은 감사 결과가 유족들의 강한 비판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유가족협의회는 지난 24일 성명을 통해 "무책임한 면피성 감사"라고 규정하며, 실질적인 책임 규명과는 거리가 먼 결과라고 주장했습니다. 감사원이 참사 1년 후에야 감사를 시작해 징계 시효 만료 직전에 결과를 발표한 점이 가장 큰 논란입니다.
감사는 2023년 11월에 착수되어 2년 동안 진행되다가, 징계 시효가 끝나기 불과 6일 전에 공개되었습니다. 유족들은 이런 지연이 오히려 책임 있는 공직자들이 징계를 피하도록 시간을 벌어준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더욱이 감사 대상에서 참사의 핵심 책임자들이 제외되었다는 점에서 감사의 실효성 자체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다른 재난과 묶은 '물타기' 전략?
감사원의 감사 방식 자체도 논란의 중심에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와 성격이 전혀 다른 밀양 세종병원 화재, 강원 산불 등 여러 재난을 묶어 '정부 재난 대응 시스템 점검'이라는 포괄적인 이름으로 진행되었죠. 이로 인해 이태원 참사에 할당된 구체적인 분석은 고작 64쪽에 그쳤습니다.
흥미로운 건 감사 보고서 제목에서 '이태원'이라는 단어가 완전히 배제된 점입니다. '재난 및 안전관리체계 점검'으로 명명된 이 보고서는, 사건 자체에 대한 집중적인 조사보다는 시스템 전반의 점검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접근이 오히려 특정 사건에 대한 책임을 흐리려는 '물타기' 전략이 아니냐는 비판을 낳고 있습니다.
정부와 감사원의 상반된 행보
감사원이 징계 요구 인원을 0명으로 발표한 반면, 정부 합동감사TF는 62명에 대한 책임 조치를 요구하며 뚜렷한 대비를 보이고 있습니다. 감사원은 수사 및 재판이 진행 중이었고, 감사의 주된 목적이 재난관리 개선 방안 마련에 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유족들은 "재난 반복의 원인을 인력 처우 부족으로만 돌린 진단"에 신뢰를 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이번 감사를 담당한 행정안전감사국 행정안전1과는 현재 대통령실·관저 이전 의혹 감사를 진행 중인 부서입니다. 이 부서는 과거에도 '봐주기 감사' 논란에 휩싸인 전력이 있어, 이번 감사에서도 정치적 압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남은 과제들
유가족협의회는 정부 합동감사 결과에 대해서는 "늦었지만 진상규명의 단초를 열었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행정안전부 등 관련 기관들의 재난 대응 및 사후 수습 과정에 대한 추가 감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재감사 요구 사례처럼 확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이런 논란들이 진실 규명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감사원은 브리핑 없이 보도자료와 보고서만 공개하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반면, 유족들과 시민사회의 요구는 점점 더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정부가 감사원의 부실한 감사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고, 추가적인 진상 규명 조치를 취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