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낀 집, 다시 사고팔 수 있게 됩니다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세입자가 거주하는 주택에 대한 실거주 의무 유예 기간을 2028년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8월 3일 발표된 세제 개편안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완화한 것과 맞물린 후속 조치인데요. 현재 서울 전역과 경기 15개 지역 등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주택을 사면 허가 후 4~6개월 안에 직접 거주해야 해서, 임대차 계약이 남은 집은 사실상 거래가 막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정부는 유예 기간을 연장해 다주택자들에게 매도할 수 있는 퇴로를 열어주겠다는 취지입니다.
규제와 예외의 반복, 정책 신뢰는 흔들리고
문제는 이번 조치가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로 내놓는 예외 규정이라는 점입니다. 지난 2월과 5월에도 비슷한 이유로 실거주 의무 유예 대상을 확대했었는데, 세제 개편안 발표 일주일 만에 또다시 규정을 뒤집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보완을 거듭하다 보니 정책의 일관성이 무너지고 시장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로 일찍 집을 내놓았던 다주택자들은 정부 방침이 계속 바뀌는 사이 매매가가 상승해 손해를 봤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서울시립대 김우철 교수는 비판이 나올 때마다 예외 조항을 덧붙이는 방식이 정책의 원래 목적을 흐리고 정부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효성 논란과 남은 과제
실거주 의무를 풀어준다 해도 실제 거래가 늘어날지는 미지수입니다.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이 대출보다 변제 순위가 앞서다 보니, 이미 LTV 한도가 보증금으로 채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대출 없이 상당한 자기자금을 보유한 매수자만 거래가 가능한 셈이라, 현금 부자 외에는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게 현장의 반응입니다. 이런 탓에 지난번 유예 조치 이후 실제 신청 비중은 5%대에 그치는 등 효과는 미미했습니다.
이보다 근본적인 건 주택 공급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6월 주택 인허가는 최근 5년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쳤는데요. 정부는 수도권 5만 가구 추가 공급과 그린벨트 해제 등을 거론하고 있지만, 인허가와 보상 문제로 묶인 현장의 실제 실행력이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규제로 수요를 억누르는 방식만으로는 집값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 이번 사태가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