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5G’ 퇴출 명령이 내려졌다
정부가 이동통신사들에게 내년부터 ‘진짜 5G’로 불리는 5G 단독모드(SA) 전환을 의무화했습니다. 지난 12월 10일 발표된 ‘이동통신 주파수 재할당 세부 정책방안’의 핵심 내용입니다. 이는 현재 국내 5G 서비스의 대부분이 4G LTE 망에 의존하는 ‘비단독모드(NSA)’로 운영되어 ‘반쪽 5G’라는 지적을 받아온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조치입니다. 정부는 6G와 AI 시대를 대비해 통신 인프라를 재설계해야 할 시점이 왔다고 판단한 거죠.
이번 정책의 골자는 내년에 이용 기간이 만료되는 3G와 LTE 주파수를 재할당하는 조건으로 5G SA 도입을 강제하는 것입니다. 통신사들은 2026년 말까지 모든 5G 기지국을 단독모드 코어 장비에 연결해야 하며, 신규로 구축하는 기지국은 원칙적으로 SA 방식으로 짓도록 의무화됩니다. 미이행 시에는 시정명령 등의 행정조치가 뒤따를 수 있습니다.
주파수 재할당 대가, 투자하면 더 깎아준다
통신사들의 추가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는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기존 3조 6천억 원에서 약 15% 낮춘 3조 1천억 원 수준으로 책정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강력한 인센티브를 덧붙였습니다. 바로 5G 실내 무선국을 확충하는 투자입니다. 통신사가 2031년 말까지 실내 5G 무선국을 2만 국 이상 추가로 구축할 경우, 재할당 대가는 최종적으로 약 2조 9천억 원까지 추가로 낮아질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투자하면 대가를 깎아주겠다’는 조건부 할인 정책인 셈입니다.
주파수 이용 기간에도 변화가 있습니다. 6G 후보 대역으로 거론되는 1.8GHz와 2.6GHz 대역은 3년(2029년까지)만 재할당하고, 나머지 대역은 기존 가입자 보호를 위해 5년간 사용을 보장합니다. 이는 빠르게 진화하는 미래 기술에 대비해 유연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또한 통신사들은 서비스 변동에 대응해 3G 주파수를 LTE 이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자율성도 확보했습니다.
통신 3사의 엇갈린 반응과 숨은 쟁점
정부의 이번 발표에 통신 3사의 반응은 조금씩 다릅니다. 일각에서는 SA 전환에 따른 막대한 투자 부담과 기술적 어려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반면, 미래 기술 발전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이라는 점에서 정부 방안이 합리적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특히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두고 과거부터 이어져 온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SK텔레콤은 2.6GHz 대역에 대해 ‘같은 대역, 같은 대가’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2021년 재할당 당시 LG유플러스는 특정 요건 충족으로 할인을 받은 반면, SK텔레콤은 경쟁 입찰로 더 높은 가격을 지불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재할당에서 각 사가 경매 당시 스스로 응찰한 가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결정하며 SK텔레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번 정책이 단순히 기술 전환을 넘어 통신 시장의 이해관계를 재편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AI·6G 시대를 여는 통신망의 진화
왜 정부와 업계가 이렇게 5G SA에 주목하는 걸까요? 핵심은 ‘저지연’과 ‘신뢰성’입니다. NSA 방식은 핵심 통신 처리에 여전히 LTE 망을 사용하기 때문에 5G가 가진 초저지연(1ms 미만)의 잠재력을 완전히 끌어내지 못합니다. 반면, SA는 처음부터 끝까지 5G 망만으로 통신하므로 지연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고, 보안성과 연결 안정성이 크게 향상됩니다.
이러한 특성은 단순히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더 빨리 보는 것을 넘어서, AI 기반 실시간 서비스, 원격 수술, 완전 자율주행차, 대규모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산업의 핵심 인프라가 됩니다. 정부가 ‘AI 3강’ 도약을 언급하며 이번 정책을 추진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5G SA는 더 빠른 인터넷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디지털 생태계의 토대를 놓는 작업입니다.
물론 과제도 있습니다. SA 전환 초기에는 일부 지역에서 체감 속도가 오히려 느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통신사들이 셀 플랜 조정이나 추가 기지국 구축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최소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모든 변화가 그렇듯, ‘진짜 5G’로의 이전도 순간적인 속도보다는 장기적인 패러다임 전환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