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총량 30조 확대에도 은행권 주담대 문턱은 여전

이연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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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달 전 수정 · 2026년 8월 17일 오전 8:46

발행: 2026년 8월 16일 오전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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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3%로 상향하며 30조 원 여력을 확보했지만, 은행권의 주담대 제한과 LTV·DSR 규제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가계신용 2000조 원 돌파와 금리 인상 부담 속에서 세제와 금융 당국의 비거주 기준 불일치도 혼란을 키우고 있어, 대출 확대의 실효성과 금융 안정성 사이의 균형이 과제로 남았습니다.

실수요자 숨통 틔우는 30조 원, 그러나 문턱은 여전히 높게

정부가 가계부채 총량 증가율 목표를 기존 1.5%에서 3%로 두 배 늘리면서 약 30조 원의 추가 대출 여력이 확보되었습니다. 이는 주로 이주비와 중도금, 잔금 대출 등 집단대출에 집중되며, 하반기 입주를 앞둔 7만 가구의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집단대출은 은행별 총량 관리 대상에서 제외되어 금융회사들의 한도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는데요. 덕분에 그동안 대출 취급이 사실상 어려웠던 상호금융권도 관련 업무를 재개할 전망입니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만큼 은행들의 대출 문턱이 한꺼번에 낮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여력이 약 7조 5천억 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지만, 은행마다 이미 연간 목표를 초과한 곳이 적지 않습니다. KB국민은행은 주담대 한도를 6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낮췄고, 다른 은행들도 대출모집인 채널을 제한하거나 비대면 주담대를 중단하는 등 자체 규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정부 역시 LTV와 DSR 같은 핵심 규제를 유지하고, 고위험 주담대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관리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 주담대 시장의 빗장은 여전히 단단히 잠긴 상태입니다.

가계빚 2000조 시대와 엇갈리는 규제 기준

이번 대출 확대 조치가 나온 배경에는 최근 심화된 대출난과 주택 공급 차질이 있었지만, 정작 가계부채의 절대 규모는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사상 처음으로 200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확실시되는데요. 기준금리 인상 기조와 맞물려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은행들은 신용대출 급증을 막기 위해 미사용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줄이거나 연장을 제한하는 등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어, 확보된 여력이 신용대출로 잠식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 세제와 금융 규제의 기준이 엇갈리면서 시장 혼란도 가중되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비거주 1주택자를 규제하면서도 주소를 30일 이상 두면 실거주로 인정하는 느슨한 잣대를 적용했는데요. 반면 재정경제부는 종합부동산세 공제 축소와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기준을 1년 이상 거주로 엄격하게 설정했습니다. 같은 비거주 1주택자를 두고 금융 당국은 '거주했는가'를 따지고 세제 당국은 '얼마나 거주했는가'를 묻는 셈이라, 수요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재경부는 금융과 세제의 성격이 다르다며 기준 통합에 선을 긋고 있어 이런 혼선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총량 확대 뒤의 진짜 과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9일 금융권 실무회의를 열어 30조 원의 구체적인 배분 방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관리 실적이 양호한 금융회사에 더 많은 한도가 돌아갈 것으로 보이며, 특히 수분양자들의 집단대출이 우선적으로 지원될 전망입니다. 다만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 등 일부 전문가들은 대출 수요가 폭증하면 한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될 수 있어 대출 오픈런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사실 이번 조치는 규제 완화라기보다는 주택 공급 뒷받침과 실수요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총량 조정에 가깝습니다. 집단대출은 풀리지만 기존 아파트 매매 실수요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가계부채 2000조 원이라는 거대한 부담은 여전히 우리 경제 위에 놓여 있습니다. 대출 한도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 과제가 남아 있다는 점을 짚고 넘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