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산업의 양면성: 정부 지원과 현실의 괴리, 기술 전환의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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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달 전 수정 · 2025년 12월 29일 오전 7:50

발행: 2025년 12월 29일 오전 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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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산업은 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기술 패러다임 전환의 기회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벤처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의 임상 3상 특화 펀드와 성공불 융자는 벤처의 실제 구조와 괴리되어 실효성이 떨어지며, 시장에서는 기술력과 수출 실적을 갖춘 빅바이오만 주가 상승을 이끌고 내수 중심 중소 제약사들은 약가 인하 정책에 발목이 잡혀 있다. 2026년부터는 유전자 편집, 세포 치료 등 '근본 치료' 시대가 본격화될 전망으로,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책 개선과 기업의 기술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

정부 지원, 벤처 현실과 '동상이몽'

정부는 바이오 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예산 확대, 신속 심사 기간 단축, 1500억원 규모의 '임상 3상 특화 펀드' 신설, 그리고 신약 개발 실패 시 융자금 상환을 면제하는 '성공불 융자' 제도 도입까지, 손이 가는 대로 정책을 쏟아붓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바이오 혁신 토론회를 주재하며 의지를 드러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현장의 바이오 벤처 기업들은 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웃지 못한다. 국내 바이오 벤처의 대부분은 임상 1~2상 단계에서 기술 이전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수천억원이 소요되는 임상 3상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여력이 없다. 정부가 집중 지원하는 '임상 3상' 펀드는 사실상 벤처들에게는 그림의 떡에 가깝다. 업계 전문가들은 "자금이 가장 부족한 구간은 임상 3상이 아니라 초기 단계"라고 입을 모은다.

'성공불 융자' 역시 논란이다. 실패에 대한 책임을 공적 자금이 떠안게 된다면 이는 포퓰리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 실패의 리스크는 경영진과 투자자가 져야지, 정부가 보전해주는 것은 생태계 건강을 해친다는 것이다. 다행히 외부 환경은 호의적이다. 미국 생물보안법 발효로 글로벌 빅파마들이 중국 자산을 대체할 파트너로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살리려면 정책이 현실에 맞게 재설계되어야 한다.

시장은 가른다: 빅바이오와 전통 제약

2025년 증시는 코스피 4000 시대를 열었다. 반도체와 함께 제약·바이오가 쌍두마차 역할을 했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극명한 양극화가 나타났다. 기술력과 수출 실적을 갖춘 '빅바이오'는 날개를 달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MO 수주 폭발로 '황제주' 반열에 올랐고, 셀트리온과 알테오젠은 미국 시장 진출 성과로 펀더멘털을 인정받았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으로 흑자 폭을 키웠다. AI 신약 개발 테마도 한창 뜨거웠다.

반면 내수 중심의 중견·중소 제약사들은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에 발목이 잡혔다. 이중 약가제 논의가 불러온 수익성 악화 우려에 주가가 주저앉았다. 유한양행처럼 R&D 성과가 뚜렷한 상위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코스피 상승 랠리에서 소외됐다. 외국인과 기관은 대형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고, 개인 투자자들의 체감 수익률은 낮을 수밖에 없었다. 시장은 이미 가치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가르고 있다.

2026년, '근본 치료' 시대가 온다

기술 트렌드도 큰 변곡점을 맞이했다. 2026년을 기점으로 의학 치료 패러다임이 '증상 관리'에서 '질병 근본 치료'로 전환될 전망이다. 유전자 편집, 세포 치료, 차세대 백신 기술 등이 본격적인 임상 결과를 내놓기 시작한다. 유전자 교정 치료제 PM359, mRNA 기반 CAR-T 치료제, 자가 골수 유래 줄기세포 치료 등이 대표적이다. 췌장암, HIV, 심혈관 질환 등 난치병 치료에도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특히 췌장암 치료를 위한 KRAS 다중 억제제 RMC-6236, 심혈관 질환 치료제 '펠라카르센', 성인·청소년 결핵 예방 백신 M72/AS01E-4 등이 임상 무대에 올라 있다. 이러한 기술 전환은 단순한 치료제 개발을 넘어 연구 방식, 투자 흐름, 규제 정책까지 바꿔놓을 파급력을 지닌다.

결론: 기회와 도전의 교차로

바이오 산업은 분명 미래가 밝다. 하지만 정부 지원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면 그 빛은 흐려질 수밖에 없다. 초기 벤처를 위한 맞춤형 자금 지원, 기술 이전 활성화, 실패에 대한 책임 소재 명확화 등 정책 개선이 시급하다. 동시에 시장은 기술력을 가진 기업을 더욱 냉정하게 평가할 것이다. 2026년, '근본 치료' 시대가 열리는 지금, 우리 산업이 이 흐름에 제대로 올라탈 수 있을지는 정책과 기업의 현실 인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