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6천억 원이 사라진 뒤
건강보험 재정이 불법 의료기관으로 인해 심각한 누수를 겪고 있습니다. 2026년 6월 말 기준,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 등 불법 개설 기관 1,822곳에 대해 결정된 누적 환수액은 2조 9,195억 원에 달하는데요. 하지만 실제로 걷어들인 금액은 2,632억 원으로, 징수율이 9.02%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결국 2조 6,562억 원이 그대로 날아간 셈이죠.
연도별로 보더라도 환수 실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2015년부터 2017년 사이 징수율은 4~6%대에 머물렀고, 최근인 2023년과 2024년에도 10%를 겨우 넘겼을 뿐입니다. 2026년 상반기에 16.06%로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결정액의 80% 이상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요양병원과 약국의 미징수율은 각각 92.97%, 92.20%에 달해 피해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허위청구와 페이백의 민낯
이런 재정 누수 뒤에는 교묘한 위법 행위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6월 출범시킨 비정상·가짜진료 제보센터에는 50일 만에 102건의 제보가 쇄도했는데요. 진료비 허위·부당청구가 27건으로 가장 많았고, 불법 환급과 환자 유인·알선이 각각 26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기지국 위치 추적까지 피하기 위해 환자에게 별도 휴대전화를 제공한 병원도 적발되었습니다. 실손보험금을 허위로 청구하고 본인부담금을 돌려주는 페이백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요. SNS를 통해 환자를 소개하면 포인트를 지급하거나, 입원을 조건으로 고액 비급여 패키지를 팔아넘기는 식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현재까지 18개 의료기관을 수사기관에 의뢰했으며, 추가 수사도 검토 중입니다.
특사경 도입을 둘러싼 시계
정부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경찰이 수사를 맡아 평균 11개월이 소요되는데, 그 사이 운영자가 재산을 은닉하거나 폐업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복지부는 특사경이 도입되면 수사 기간을 3개월 수준으로 단축하고, 범죄 수익을 신속히 동결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건보공단이 지급 보험자이자 환수 결정 기관인데 수사권까지 갖게 되면 이해충돌 소지가 크다는 겁니다. 압수수색이나 긴급체포 같은 강제수사가 의료 현장에 적용될 경우 인권침해와 필수의료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복지부는 2027년부터 AI 기반 감시망을 도입해 부당청구 의심 기관을 상시 모니터링할 계획인데, 법안 심사 과정에서 어떤 절충안이 나올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