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와 행정부의 정면충돌
조희대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대법관 재제청 요구를 거부하면서 사법부와 행정부가 정면으로 맞붙었습니다. 청와대는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부장판사를 다시 제청해달라고 요구했는데요. 조 대법원장은 8월 28일 청와대 공문에 재제청 사유가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았다며 수긍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유럽 순방에 나선 시점에 나온 결정이라 정치권에서는 기습적 대응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청와대는 곧바로 반발했습니다. 대법원장이 재제청을 거부한 것은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행위라며, 공문에 사유가 명시되지 않았다는 주장은 거부를 호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죠. 대법관 후보자 4명이 법원조직법에 따라 적법하게 추천됐는데 대법원장이 개별적으로 사퇴 의사를 물은 것은 중대한 절차적 흠결이라는 겁니다.
헌법 조항 놓고 엇갈린 해석
쟁점은 헌법 해석입니다. 청와대는 헌법 제104조 2항을 근거로 제청권과 임명권이 분리돼 있다고 봅니다. 대통령은 선거로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만큼 후보자가 국민이 바라는 대법관인지 판단해 임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대법관 임명권이 제청권에 기속된다는 해석은 위헌이라는 게 청와대의 주장입니다.
반대로 조 대법원장은 헌법 제82조를 들고 나옵니다.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 문서로 이뤄져야 하는데, 재제청 요청 공문에 사유와 근거가 담기지 않아 효력에 다툼이 있다는 겁니다. 재제청 절차 자체가 헌법에 명시되지 않은 만큼 정당화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양측이 같은 헌법을 놓고 정반대 해석을 내놓으면서 갈등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정치권 반응과 장기화 우려
정치권도 편을 갈랐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재제청 거부를 내란의 잔불이라 규정하고 대법원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었습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대통령 등 뒤에서 칼을 꽂는 행태라며 조 대법원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사법부 독립을 위한 결단이라며 청와대의 요구를 대법관 쇼핑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장동혁 대표는 대통령의 재판 재개 방해가 탄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가장 큰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습니다. 대법관 정원 14명 가운데 1명이 비면서 13인 체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고, 상고심 지연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조 대법원장은 대법관 공백으로 인한 국민 불편을 사과하며 신속한 절차 마무리를 약속했지만, 양측이 물러서지 않으면서 해법은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