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속에서도 벌어들인 26조 원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적 공습 이후에도 막대한 석유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란 석유부는 전쟁과 휴전 기간을 포함해 총 18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6조 3,000억 원에 달하는 석유를 판매했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이란이 올해 예상했던 연간 석유 수입의 60% 이상을 벌써 달성한 셈입니다. 특히 유가가 낮을 때 비축해둔 원유를 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기에 내다 팔면서 30억 달러의 추가 이익까지 챙겼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미국은 이란을 압박하기 위해 해상 봉쇄를 재개하고 금수 조치를 다시 강화했습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이 최근 수개월간 40%나 줄었다고 강조하며 제재 효과를 내세웠는데요. 하지만 이란 측은 전혀 다른 상황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모흐센 파크네자드 이란 석유장관은 미국의 제재에 맞설 별도 매커니즘을 마련해뒀기 때문에 수출에 지장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감시망을 뚫는 석유 수송로
이란이 어떻게 강력한 국제 제재를 피해 석유를 팔 수 있었는지, 그 방법은 상당히 교묘합니다. 사실 이란은 그동안 AIS라는 선박 위치 추적 시스템을 끄거나 허위 정보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감시망을 피해왔는데요. 이른바 다크 플릿을 동원해 정체를 숨긴 채 원유를 운송한 것입니다. 선박 이름을 바꾸고 서류를 조작한 유령 선박을 띄우거나, 바다 위에서 다른 배로 기름을 옮겨 싣는 환적 방식까지 동원하면서 추적을 교묘하게 회피했습니다.
미국 중앙사령부는 제재 위반 혐의로 유조선 12척과 일반 선박 2척을 나포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했습니다. 하지만 이란이 고도화된 은폐 전략과 선박 세탁 수법을 쓰는 만큼, 실제 수출량을 완전히 막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결국 미국의 최대 압박 정책 아래에서도 이란은 우회로를 확보해 경제적 동맥을 유지해왔습니다.
유가 변동과 정치적 셈법
이번 이란의 석유 매출이 주는 시사점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이란이 비축 유전략을 통해 시세 차익을 노렸다는 점에서, 에너지 안보와 외화 확보가 이란 정권의 최우선 과제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이 봉쇄를 풀었다가 다시 재개하는 등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사이, 이란은 자체적인 판매 채널을 가동하며 버티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중국의 수입 감소는 이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란이 그동안 그림자 유통망을 쌓아온 만큼, 단기적인 제재 강화가 수출을 완전히 멈추게 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앞으로 국제 유가의 등락과 미국의 제재 집행 강도가 어떻게 맞물리느냐에 따라, 이란의 외화 확보 능력과 중동 정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