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만에 해 넘긴 SCM
한미 국방 당국이 올해 열 예정이던 제58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내년 초로 미뤘습니다. SCM이 해를 넘기기는 1998년 이후 28년 만인데요. 미국 국방부는 양국 지도부의 일정 충돌에 따른 상호 합의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회의 연기 배경에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이견이 자리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SCM은 1968년 창설된 한미 국방장관급 최고위 협의체로, 매년 11월 양국을 오가며 열려왔습니다. 1999년 이라크 공습과 1980년 정국 혼란 때를 빼면 일정이 어긋난 사례가 드물었죠. 그런 만큼 이번 연기의 상징성은 적지 않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협의 중이며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고, 미국 측은 2027년 초 개최를 공식화했습니다.
전작권 전환, 속도 조절론
쟁점은 전작권 전환 시기와 속도입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협상을 통해 이견이 좁혀지고 있다"며 미국이 결국 동의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습니다. 반면 군 안팎에서는 준비가 충분한지를 두고 신중론이 나옵니다.
폴 러캐머라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전환 이후 연합 지휘체계가 "군사적으로 최적이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새 체계가 실제 전투에서 기능하는지 모의전쟁(워게임)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월터 샤프 전 사령관도 연합 지휘구조가 유지되지 않으면 한미 동맹이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미군 신뢰' 발언의 파장
국내 정치권에서는 강신철 국방부 장관의 발언이 도화선이 됐습니다. 강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북한과 전쟁이 일어났을 때 미군을 믿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고, 야당은 이를 동맹 불신으로 규정하며 경질을 요구했습니다. 박충권 수석대변인은 "혈맹의 신뢰를 흔들었다"고 비판했고, 나경원·한동훈 의원 등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한편 강 장관은 같은 날 필리핀 세부에서 열린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 장관과 만나 12월 워싱턴 회담을 예고했습니다. 연기된 SCM이 내년 초 열리면 전작권 전환 시기를 두고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될 전망입니다. 군사적 준비와 정치적 판단 사이의 간극, 동맹 신뢰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