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 전기를 팔아 소득을 만든다
행정안전부의 '햇빛소득마을' 공모사업이 지역 곳곳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마을 유휴부지나 저수지에 태양광 시설을 세워 전기를 생산하고, 그 판매 수익을 공동체 소득으로 돌려받는 구조인데요. 정부가 재생에너지 이익을 주민과 나누는 방식을 본격적으로 제도화한 겁니다.
최근 2차 공모에서는 전북 정읍시의 7개 마을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신태인읍 양괴마을을 비롯해 입암면 반월마을, 소성·입암면 원천마을, 소성면 애당마을, 영원면 청량마을, 칠보면 명천마을, 칠보면 복호마을이 대상입니다. 경북 구미시에서도 4개 마을이 선정되며 호남과 영남으로 확산되는 흐름이 뚜렷해졌죠.
다만 정읍시의 선정 마을들은 조건부라는 점이 눈에 띕니다. 조합 구성과 사업부지 확보, 자금 마련, 전력망 연결 등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시는 6개월 안에 이행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사업의 성패가 발전수익을 어떻게 나누고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에너지 기본소득으로 진화
이 사업을 단순한 소득 보전을 넘어 인구 정책으로 확장하자는 제안도 나옵니다. 강상구 나주시 부시장은 재생에너지 수익을 '에너지 기본소득'으로 개념화하며 지방소멸과 인구 감소를 막는 마중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핵심은 분배 방식입니다. 모든 주민에게 똑같이 나눠주기보다 양육가정 지원, 고령자 돌봄, 청년 정착 등 지역이 처한 문제에 맞춰 수익을 집중 투자하자는 겁니다. 같은 돈이라도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정책 효과가 달라진다는 논리입니다.
실제 사례도 있습니다. 신안군은 햇빛연금과 햇빛아동수당을 도입했고, 폐교 위기였던 안좌초 자라분교는 취학 아동이 3명에서 15명으로 늘면서 2023년 폐교 절차가 유예됐습니다. 나주시도 남평읍 오계마을과 동강면 옥정마을에서 초등학생에게 매월 20만 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두고 주민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전력망 열린 뒤의 과제
배경에는 제도 변화도 있습니다. 정부가 2026년 10월 1일 호남권 계통관리변전소 지정을 해제하면서 막혀 있던 전력망 연결의 길이 열렸습니다. 그동안 발전소를 지어도 전기를 보낼 곳이 없어 사업이 멈추는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이 걸림돌이 풀린 겁니다.
앞으로의 관건은 규모 확대가 아니라 순환 구조를 만드는 일입니다. 발전으로 생긴 부가가치가 농촌의 아이와 청년, 어르신에게 돌아가 마을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는 선순환이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겁니다. 조건부 선정 마을들의 보완 과제를 얼마나 차질 없이 풀어내느냐가 이 사업의 신뢰를 가를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