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불안에 흔들리는 유가와 비축유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제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는 배럴당 81달러 선, 브렌트유는 86달러를 넘어서며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 속에서 미국의 전략비축유가 4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소식이 공급 우려를 더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쌓아둔 마지막 방어벽 중 하나가 예상보다 빠르게 닳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43년 만에 바닥친 전략비축유
이번 재고 감소는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한 대규모 비상 방출 때문입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과 벌인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자, 미국은 단일 국가 기준 사상 최대인 1억 7,200만 배럴의 원유를 시장에 풀었습니다. 방출 방식은 기업이 원유를 빌려 쓰고 나중에 이자를 얹어 갚는 교환 형태로, 당장 급등한 유가를 잡는 데 집중한 조치였습니다. 사실 이런 급격한 소진은 처음이 아닙니다. 2022년 바이든 행정부 때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1억 8,000만 배럴을 방출하며 재고가 크게 줄었던 바 있습니다. 1990년 이후 5억 4,000만 배럴을 웃돌던 비축유가 이제 3억 배럴 아래로 붕괴한 셈입니다.
되살리기 앞둔 변수들
미국 정부는 향후 1년 안에 방출량보다 20% 많은 약 2억 배럴을 다시 채워 넣겠다고 밝혔습니다. 납세자 부담 없이 되살리겠다는 계획인데요. 문제는 해협 재개방에 대한 회의론이 여전하다는 점입니다. 공급 불확실성이 계속되면 되사들이기도 쉽지 않고, 유가 변동성도 잠재우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전략비축유가 줄어드는 동안 상업용 원유 재고는 오히려 늘었다는 겁니다. 정유사와 유통망의 단기 수급은 어느 정도 안정돼 있지만, 정부가 마련한 안전판이 얇아졌다는 사실은 시장의 불안 심리를 가라앉히기엔 부족합니다. 오는 12일 에너지정보청이 발표할 공식 통계가 어떤 모습일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