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13년 만에 무너진 해상 인도교
2026년 7월 28일 오후 1시 15분쯤,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장길리에 있는 보릿돌교의 중간 교각과 상판이 바다를 향해 그대로 무너져 내렸습니다. 붕괴된 구간은 약 50미터. 갯바위 쪽 다리에 머물던 낚시객 등 17명이 일시 고립됐지만, 소방 구조대와 민간 어선의 협업으로 약 50분 만에 전원 구조돼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CCTV를 확인한 결과 붕괴 순간 해당 지점을 통과하던 사람이 없었고, 사고 전에 일부 구간이 통제된 상태였기에 대형 참사로 번지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CCTV 영상에는 콘크리트 덩어리가 바다로 추락하면서 철근이 엿가락처럼 휘는 아찔한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보릿돌교는 2013년 12월 준공된 길이 225미터, 폭 4.5미터짜리 보행자 전용 해상 교량입니다. 장길리복합낚시공원의 핵심 시설로 조성됐고, 교량 건설에만 28억 원이 투입됐습니다.
B에서 C로, 그래도 무너진 이유
보릿돌교의 안전 이력을 되짚어보면 대목이 나옵니다. 2020년 자체 정밀안전진단에서 B등급을 받았는데, 2024년 2월부터 5월까지 실시한 점검에선 C등급으로 떨어졌습니다. C등급은 주요 부재에 손상이 발생해 보수가 필요한 상태를 의미하는 수준입니다.
포항시는 2025년 9월부터 2026년 1월까지 난간·데크 보수와 함께 산화그래핀 함유 신기술 도료 시공 등 보강 공사를 마쳤습니다. 그런데 보수 종료 7개월 만인 올해 5월, 외부 업체 권고로 다시 안정성 평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중간 110미터 구간에 출입 통제 현수막을 설치했습니다. 별도 관리 인력이 투입되지 않은 채 현수막만 걸려 있었고, 시민들은 통제 구간을 무시하고 갯바위로 들어가 낚시를 즐겼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통제 구역이 실제 붕괴 지점보다 뒤쪽에 지정돼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또한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보릿돌교는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상 정기 점검 대상 규모에 미치지 않아, 법적 의무 정기 안전점검에서 제외돼 있었습니다. 경일대 박기범 교수는 "교각과 상판이 완전히 끊어지는 것은 흔치 않은 사례이며 사전 징후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최근 보수 공사의 적정성 확인이 필요하다고 짚었습니다.
조사에 속도 붙어도 근본 처방은 과제
사고 직후 동해지방해경청 광역수사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 현장감식 일정을 협의하며 설계·시공·안전점검 전반의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데 나섰습니다. 포항시도 자체 원인 조사를 진행하고, 시내 다른 해상 시설물에 대한 긴급 점검과 철거·보강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포항시의회 김철수 의장은 현장에 직접 나와 "정확한 원인 조사와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고 주문했습니다.
이번 사고는 법적 정기 점검 대상에서 빠진 중소 규모 해상 시설물의 사각지대, 등급 하락 이후 실질적 보강 조치가 뒤따르지 못한 점, 통제 조치가 형식에 그친 부분 등 관리 체계 전반의 허점을 드러낸 사례입니다. 노후 해상 보행교와 전망시설에 대한 전국 단위 재점검과 함께, 규모 기준에 상관없이 시민 안전 시설을 관리하는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불가피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