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 직전, 간신히 빠져나온 한국행 유조선
중동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전 세계 원유 교역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 루트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해협 통제를 선언하며 "단 한 방울의 석유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죠. 이런 위기 속에서 화제가 된 건 HD현대오일뱅크와 계약한 말레이시아 유조선 ‘이글 벨로어호’입니다. 이 배는 이라크에서 약 200만 배럴의 원유를 싣고 한국 서산 대산항으로 향하던 중, 봉쇄 조치가 내려지기 직전인 지난달 28일, 속도를 높여 해협을 무사히 통과했습니다. 이는 한국의 하루 원유 소비량에 맞먹는 귀중한 화물을 싣고 있는 극적인 탈출이었습니다. 같은 시기 ‘베리럭키’호를 비롯한 다른 선박들도 안전하게 통과한 것으로 알려지며, 봉쇄가 완전히 가동되기 전 일부 선박들이 기사회생했음을 보여줍니다.
천연가스 68% 폭등, 유가보다 훨씬 가파른 충격
해협 봉쇄 위협은 에너지 시장에 즉각적인 충격을 줬습니다. 특히 천연가스 가격이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았는데요.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카타르의 주요 LNG 생산 시설 가동이 중단되면서 공급 불안이 커졌습니다. 유럽의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약 68% 급등했고, 동북아 현물 가격도 47% 가까이 뛰었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약 14% 상승한 국제 유가보다 훨씬 가파른 상승폭으로, 4년 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의 에너지 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휘발유 가격이 20년 6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뛰는 등 소비자 부담이 커지는 모습입니다. 한국 역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유가와 연동된 장기 계약 물량이 많아 국제 가격 상승이 그대로 국내로 전가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국가별 비축량 점검과 정부의 다각적 대응
이 같은 불확실성 속에서 각국 정부는 자국의 에너지 안보를 점검하고 있습니다. 호주, 태국, 필리핀 등 석유 수입 의존국들은 자국 비축량이 30일에서 60일분으로 충분하다고 발표하며 국민 불안을 해소하려 했습니다. 한국 정부도 현재 석유 약 1억 9천만 배럴, 가스는 의무 비축량인 9일분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당분간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김민석 국무총리는 관계장관회의에서 “국민 100명 중 1명의 피해도 교민 안전 확보 실패” 라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페르시아만에 발이 묶인 한국 국적 선박 26척에 탑승한 한국인 선원 144명 등 총 186명의 안전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외교부는 전세기 투입 등 귀국 지원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경제 측면에서는 환율과 유가 급등이라는 이중 충격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자, 한국은행을 비롯한 금융당국이 시장 변동을 면밀히 주시하며 단계별 액션플랜을 마련 중입니다. 한편, 산유국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할 대체 송유관이나 항만 사용을 타진하며 위기를 뚫고 나가려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