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위의 고물가 경보
최근 장을 보러 가는 사람들이라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계란이 이렇게 비쌀 줄은 몰랐다"는 겁니다. 올해 6월, 특란 10개 가격이 5,000원을 훌쩍 넘어서면서 '금란'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습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특란 30구 한 판은 7,500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38% 이상 오른 수치입니다.
문제는 계란만이 아닙니다. 지난겨울 조류인플루엔자(AI)로 산란계 1,100만 마리 이상이 살처분되면서 닭고기 가격도 전년 동기 대비 20% 가까이 뛰었습니다. 여기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여파로 삼겹살 가격이 오르고, 고환율 탓에 수입 소고기마저 부담스러워졌습니다. 롯데칠성음료와 더본코리아, 메가MGC커피 등 주요 식음료·외식 브랜드들도 줄줄이 가격을 올렸는데요. 한 판에 1만 원을 웃도는 계란값은 서민 가계의 단백질 식단을 직접 위협하고 있습니다.
유통업계의 수입란 돌파구
이런 상황에서 유통업계가 내민 카드는 수입 계란입니다. 이마트는 미국산 계란을 수천 판 단위로 입고해 5,000원대 후반에 판매하고 있으며, 롯데마트와 GS더프레시, 롯데슈퍼 등도 속속 미국산 수입란을 내놓고 있습니다. 가격이 국산보다 훨씬 저렴하다 보니 입고 소식이 전해지면 이틀에서 사흘 만에 완판되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수입란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건 아닙니다. 국내산 계란의 생산량이 완전히 회복되기 전까지는 수급 불안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게다가 본격적인 여름철 폭염과 폭우가 시작되면 농축산물 공급이 더욱 둔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수입란이 일시적인 숨통을 틔워주고 있지만, 근본적인 물가 안정을 담보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 대책과 남은 과제
정부도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계란에 대해 신선란 수입 확대와 할인지원을 강화하고, 닭고기는 부화용 종란 수입과 할당관세를 적용했습니다. 돼지고기는 비축물량 방출과 출하장려금 지원을 확대하며 도매가격 안정에 나서고 있습니다. '여름철 농축산물 수급안정대책반' 회의도 격주 단위로 정례화해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의 대응이 대부분 수입 확대나 할인 지원 같은 임시방편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습니다. 농산물 중에서는 감자나 오이, 양배추 등 작황이 양호해 가격이 내린 품목도 있지만, 축산물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방역 체계 고도화와 유통 마진 개선, 기후위기에 대응한 공급망 확보 같은 근본 대책이 시급해 보입니다. 밥상 물가를 지키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민생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