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전소된 대형 물류센터
충남 천안의 이랜드패션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가 이틀째 진화 작업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오전 6시 8분쯤 시작된 이 화재는 축구장 27개 규모의 초대형 시설을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들었는데요, 다행히 화재 발생 시간이 업무 시작 전이어서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19만 3,210㎡에 달하는 이 물류허브는 하루 최대 5만 박스, 연간 400만~500만 박스를 처리하던 핵심 거점이었습니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직후 대응 1단계를 발령했고, 50분 만에 2단계로 격상하며 총력을 기울였지만, 의류와 신발 등 내부 적재물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며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건물 일부가 이미 붕괴되었고, 철골 콘크리트 구조의 열화 현상도 심각한 상태입니다.
건물 붕괴 위험에 직면한 진화 작업
화재 발생 약 9시간 30분 만에 큰 불길은 잡혔지만, 잔불 정리는 예상보다 훨씬 더디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소방관들은 내부 진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외부에서만 방수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천안동남소방서 관계자는 "철 구조물이 열에 약해 쉽게 붕괴될 수 있다"며 안전 우려를 표명했는데요, 현재 중장비를 동원해 잔해를 제거하며 진화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완전한 진화까지는 최소 1주일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충남도는 추가 붕괴 우려를 고려해 구조기술사 자문을 거쳐 구조물 철거까지 계획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근 도로는 여전히 통제 중이며, 유독가스 발생으로 주민들의 건강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1100만 개 상품 소실과 경제적 파장
이번 화재로 뉴발란스, 스파오, 후아유, 미쏘, 슈펜 등 이랜드가 운영하는 10개 패션 브랜드의 물품이 대량으로 소실되었습니다. 보관 중이었던 의류와 신발 등 약 1,100만 개의 상품이 전소되거나 심각하게 손상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스파오의 경우 온라인 주문 물량 전체를 이곳에서 처리하고 있어 배송 차질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이랜드그룹의 패션 부문은 전체 매출의 51.2%를 차지하는 핵심 사업입니다. 연말 블랙프라이데이와 성수기를 앞두고 발생한 이번 사고는 해당 그룹의 4분기 실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랜드 측은 현재까지 할인 행사 일정 변동은 없다고 밝혔지만,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체 물류망 활용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안전 관리 체계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 필요
이번 화재는 불과 3일 전인 12일 소방당국의 화재 예방 간담회가 열렸음에도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천안동남소방서가 풍세일반산업단지 관리사무소에서 개최한 이 간담회에는 이랜드 측 관계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형식적인 안전 회의가 실제 현장 안전으로 이어지지 못한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더욱이 이 물류센터에서는 불과 9일 전에도 2층 식당에서 화재가 발생한 바 있습니다. 일부 직원들은 당시 화재 경보음이 울렸음에도 10분 이상 대피 지시가 없었다고 증언하며, 초기 대응 과정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보험 측면에서는 한화손해보험이 간사 보험사로 확인되었으며, 재산종합보험에 가입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대형 물류센터 보험은 4~5개 보험사가 공동으로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2015년 김포 제일모직 물류창고 화재 시 2,800억 원의 피해액이 발생했던 사례를 고려할 때, 이번에도 상당한 규모의 보험금 지급이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잔불 정리가 완료되는 대로 합동 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규명할 계획입니다. 물류센터는 의류, 포장재 등 인화물질이 대량으로 적재되어 있어 화재 발생 시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시설인 만큼,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정부, 지자체, 소방당국, 기업이 함께 안전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점검해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