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선을 사이에 둔 요동치는 시장
7월 9일 원·달러 환율은 37거래일 만에 1,500원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외국인 순매수와 SK하이닉스의 나스닥 ADR 상장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1,496원대까지 내려갔는데요. 하지만 하루 만인 10일, 다시 1,511원까지 오르며 1,500원선 안팎의 등락을 이어갔습니다.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환율 방향을 잡기 어려운 혼조세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변동성은 최근 원·달러 환율의 특이한 흐름을 보여줍니다. 과거에는 달러 인덱스와 상관계수가 0.83에 달할 정도로 둘이 함께 움직였는데, 2023년부터는 따로 움직이는 디버전스가 뚜렷해졌습니다. 구매력 평가 환율이 820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현재 1,500원대 시장 환율에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펀더멘털이 반영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사실 환율이 단순한 달러 강세를 넘어 한국 경제의 체질까지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40조 원의 달러와 중동의 먹구름
이번 환율 하락의 가장 큰 기대감은 SK하이닉스의 ADR 상장에서 나왔습니다. 공모를 통해 조달한 265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40조 원이 외환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시장에서는 하루 10억 달러 수준의 신규 달러 유동성이 공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물론 이미 상당 부분 선반영되었다는 의견도 있어, 실제 환전 규모에 따라 파급력은 달라질 전망입니다.
반면 환율을 끌어올리는 힘도 만만치 않습니다. 미국과 이란이 이틀 연속 무력 충돌을 이어가며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 심리가 살아나고, 당연히 저가 매수세와 수입업체의 결제 수요도 하방을 막고 있습니다. 결국 40조 원의 달러 공급 기대와 중동 불안이라는 두 힘이 1,500원선에서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겁니다.
원화 가치의 지지대를 찾아서
이런 상황에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원화 강세 전환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경상수지 흑자 누적 등 기초가치를 볼 때 현재 환율 상승이 과도하다는 진단인데요.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리밸런싱으로 인한 원화 매도세는 올해 하반기부터 잦아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외국인들이 이틀 연속 순매수로 돌아선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외환시장의 구조적 체력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외환시장 24시간 개장에 이어 역외 원화결제시스템 구축을 추진하며 원화 국제화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는 역외 선물환 거래를 제도권으로 흡수해 변동성을 완화하려는 의도입니다. 단기적으로는 SK하이닉스의 실제 환전 시점과 외국인 순매수 흐름이 변수가 되겠지만, 시장은 이미 구조적 개혁 없이는 원화 가치 회복이 어렵다는 공감대를 이루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