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24시간 개장, 역외 원화 결제 허용
정부가 한국 자본시장의 선진화를 위해 외환·자본시장 종합 로드맵을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조치는 올해 7월부터 국내 외환시장을 24시간 운영하는 것이다. 지금은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만 거래가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미국·유럽 시장이 열리는 새벽 시간대에도 실시간 환전과 원화 거래가 가능해진다. 이와 함께 9월부터는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시범 운영한다.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에 원화 계좌를 개설하고 원화를 직접 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외국인 투자자끼리 원화를 자유롭게 거래하고 보유할 수 있게 되며, 국내 기업도 해외에서 원화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 한국 주식 거래가 한결 쉬워진다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규제도 대폭 완화된다. 기존에는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사려면 국내 금융투자업자에 별도 계좌를 열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 개편으로 미국 등 해외 거주 개인 투자자도 자국 증권사 계좌(예: 로빈후드)로 삼성전자 등 한국 주식을 실시간 매수할 수 있게 된다. 복잡했던 외국인 등록 절차도 간소화하고, 보고 주기를 월 1회에서 분기 1회로 완화한다. 또 외국인 투자자 통합계좌(옴니버스계좌) 제도를 개선해 글로벌 수탁은행이 대표계좌 하나로 여러 펀드를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공매도 규제도 합리화해 NSDS(무차입 공매도 적발 시스템) 참여자의 중복 보고 부담을 줄인다.
영문 공시도 확대된다. 내년 3월부터 코스피 상장사 전체가 영문 공시를 의무화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코스닥 상장사도 포함될 예정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MSCI 편입 성사 시 400억 달러 이상 자금 유입 전망
이 모든 노력의 목표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다. 한국은 2008년 관찰대상국에 올랐지만 2014년 제외된 뒤 계속 도전해 왔다. MSCI는 지금까지 한국에 대해 외환시장 접근성 부족, 공매도 규제 등에서 ‘미흡’ 평가를 내려왔다. 정부는 이번 로드맵으로 그 지적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다. 올해 6월 MSCI의 연례 시장 분류에서 한국이 관찰대상국에 오르고, 내년 6월 편입이 결정되면 2028년쯤 실제 반영될 전망이다.
편입이 이뤄지면 막대한 글로벌 자금이 국내로 들어올 것으로 기대된다. 골드만삭스는 400억 달러(약 52조 원) 이상의 자금 유입을 예상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원화 국제화를 달성하고, 궁극적으로 경제성장률 2% 달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중단했던 역외 결제를 재개하더라도 현재 순대외자산이 충분해 대규모 외화 유출 가능성은 낮다”며 “외국인 투자 환경을 글로벌 표준에 맞춰 선진화하고, MSCI 편입을 임기 내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