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뒤 돈을 생전에 쓰는 선택
지난달 말 출시된 사망보험금 유동화 서비스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5대 생명보험사가 도입한 이 서비스는 만 55세 이상 종신보험 가입자가 사망보험금의 최대 90%를 생전에 연금처럼 분할 수령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출시 일주일 만에 500건에 가까운 신청이 접수되며 하루 평균 100건씩 처리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물가 상승과 은퇴 후 소득 공백에 직면한 고령층이 기존의 유족보장 중심에서 '내 노후를 위한 소비'로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서비스 초기 신청자의 90% 이상이 60대 이상 고령층으로 집계되면서,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전통적 관념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노후를 책임지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기대와 다른 현실
그러나 실제 수령액은 많은 가입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망보험금 5천만원을 20년간 연금으로 받을 경우 월 6만 3천원대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1억원 규모의 보험금도 월 10~20만원 수준을 넘기 어렵습니다. 이는 유동화의 기초 자산이 '사망보험금'이 아닌 '해약환급금'을 기준으로 산출되기 때문인데요,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사망보험금 전체를 연금으로 바꿀 수 있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55세 여성이 5천만원 보험금의 90%를 유동화하면 월 약 6만 3천원을 받게 되지만, 유족에게 돌아가는 사망보험금은 500만원으로 크게 줄어듭니다. 이처럼 유동화를 선택하면 사망 시 지급되는 보험금이 크게 감소하는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망보험금 유동화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배경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국민연금 수령 연령이 점차 높아지면서 발생하는 소득 공백기를 메우려는 필요성이 가장 큽니다. 또한 주택연금 가입자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부동산을 포함한 다양한 자산을 유동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죠. 한국주택금융공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연금 지급액은 2조 6406억 원으로 4년 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50대 이상 중고령자가 생각하는 적정 노후 생활비는 부부 기준 월 297만 원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2년 전보다 20만 원이나 올랐습니다. 물가 상승과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국민연금과 퇴직연금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겁니다.
실효성 논란과 전망
금융당국은 이 제도가 소득 공백기 현금 흐름을 보완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확정형 고금리 종신보험 상품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기회로 평가하는 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령액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연금소득세 부과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실제 수령액은 더욱 줄어들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사망보험금 유동화를 단기적인 자금 확보 수단으로는 유용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노후 대비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이 제도는 노후 소득의 '주요 축'이 아니라 '보완재'로 이해해야 한다는 겁니다.
앞으로 이 서비스는 상품 다양화와 홍보 강화를 통해 더 많은 고령층에게 확대될 전망입니다. 특히 고령화가加速되면서 다양한 연령대와 소득 수준에 맞춘 맞춤형 상품 개발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