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에서 펼쳐진 비상사태
2026년 8월, KBO리그가 사상 초유의 비상 상황을 맞았습니다.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인천 SSG랜더스필드를 찾은 관중이 잇따라 실신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요. 이에 KBO는 지난 6일 긴급 실행위원회를 열어 7일부터 9일까지 프로야구 전 경기를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폭염이 직접적인 경기 취소 사유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 리그 전체가 심각한 기후 위기에 직면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사실 올 시즌 폭염으로 인한 취소 경기는 이미 30건에 달합니다. 전체 경기의 4.16%가 날아간 셈인데요. 이는 초반 장마철 우천 취소 25건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KBO는 4일부터 폭염 중대경보 발령 시 오후 1시 이전 경기를 취소하는 세부 기준을 신설했지만, 기온이 계속 오르자 주말 3연전 전면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두게 됐습니다.
훈련장과 거리에서도 울리는 비상벨
경기가 멈춘 사이 10개 구단은 훈련과 휴식을 병행하며 공백을 메우고 있습니다. 롯데 자이언츠는 수원에서 훈련을 진행했으나 극심한 더위로 예정된 2시간 일정을 1시간으로 줄였고, NC와 KIA는 야외 훈련을 오후 6시 이후로 배치해 선수들의 건강을 지키고 있습니다. 키움 히어로즈는 고척 스카이돔에서 에스파 콘서트가 열리는 바람에 실내 컨디셔닝 훈련만 소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당연히 야구장만 문제가 된 건 아닙니다. 전국적으로 야외 축제와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됐습니다. 부산 40계단 프리마켓, 광화문 서울썸머비치, 대구 동성로 거리공연 등이 모두 멈췄고, 덕수궁 교대의식 같은 궁궐 재현 행사도 중단됐습니다. 경주시와 서울 월드컵공원 등은 야외 체육시설의 낮 시간대 이용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충남대 한창우 교수는 밤에도 기온이 내려가지 않는 현재 날씨가 건강한 20~30대에게조차 치명적일 수 있다며 외부 활동 자제를 당부했습니다.
돔구장이 기다려지는 이유
이런 상황에서 야구팬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돔구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현재 KBO리그에서 기후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은 고척스카이돔이 유일한데요. 우천은 물론 한여름 낮 경기 운영도 가능해 타 구장과 차별화된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고척돔 하나로는 10개 구단과 수많은 팬의 수요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점입니다.
반면 신세계그룹이 2027년 준공을 목표로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짓고 있는 2만 3천 석 규모의 돔구장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2028시즌부터 SSG 랜더스의 홈구장으로 쓰이며, 야구 경기 외에 K팝 공연 등 다양한 문화 행사도 가능한 복합공간으로 조성될 계획입니다. 기후 위기가 일상화되는 가운데, 날씨에 구애받지 않는 쾌적한 관람 환경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지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