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 불과 400m에서 발견된 시신
제주에서 실종 신고된 지 104일 만에 발견된 장미란 씨의 시신이 안타까운 사회적 파장을 키우고 있습니다. 장 씨는 지난 5월 숙소를 나선 뒤 연락이 두절되었는데요, 당시 담당 경찰관은 가족에게 연락이 닿았다고 거짓말을 한 뒤 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실제로 장 씨는 숙소에서 도보 10분 거리, 직선 거리 400여m 지점의 야자수 농장에서 발견되었는데, 초동 수색이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훨씬 일찍 발견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와 별개로 같은 경찰관이 지난 7월 허위 종결한 60대 남성 실종 사건도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해당 남성은 유가족이 재신고한 뒤 하루 만에 발견되었으나 이미 백골 상태였습니다. 유족은 아버지가 사업 실패와 빚 문제로 위험 신호를 보인 상황임에도 경찰이 무사하다는 말만 믿게 했다며 비통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1년 5개월간 298건을 덮은 부 경장
사건의 핵심은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경장의 행태입니다. 그는 지난해 3월부터 약 1년 5개월간 실종 사건 298건을 담당하며 상당수를 스스로 종결 처리한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장미란 씨 사건의 경우,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 관리 목록을 삭제하기 위해 교통사고 피해자 코드까지 입력하며 기록을 조작한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 이는 단순 부실 처리를 넘어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 등 명백한 범죄 행위로 규정될 여지가 충분합니다.
부 경장은 지난 23일 긴급체포된 뒤 체포적부심으로 한 차례 석방되었으나, 25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았습니다. 법원은 영장 심사 결과를 이르면 당일 저녁에 결정할 예정입니다. 한편 경찰청은 책임 범위를 지휘라인까지 확대하여 전·현직 서부경찰서장과 형사과장, 실종팀장 등 4명을 대기 발령 조치하고 감찰에 나섰습니다.
전국 실종 사건 대집중 점검과 남은 과제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경찰청은 전국 시도경찰청에 최근 3년간 종결된 실종 사건에 대한 전수 점검을 지시했습니다. 충북경찰청은 벌써 2024년부터 지난달까지 종결된 6,340건을 대상으로 점검에 들어갔는데요, 특히 실종자와 대면하지 않고 종결한 사례를 중점적으로 살펴볼 계획입니다. 앞으로는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 종결 권한을 담당자에서 형사과장으로 이관하고, 전산 개선 전까지 수기 결재를 거치도록 해 임의적인 사건 종결을 차단할 방침입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합니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은 장 씨의 사망 원인을 현재 단계에서 자살로 단정하는 것은 이르다며 부검과 과학수사를 강조했습니다. 또한 대면 확인의 경우 일률적인 증빙 서류가 없어 관리자 승인으로도 진위 판별이 어렵다는 실효성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연간 7만 건이 넘는 성인 실종 신고 가운데 지난해 사망 상태로 발견된 경우가 931건에 달하고, 수십 년간 누적된 미해제 사건도 6,600건을 넘는 현실에서 이번 계기가 단순한 미봉책으로 그치지 않을지, 근본적인 수사 체계 정비가 시급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