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시장이 동시에 멈춰 선 날
10월 15일 국내 증시가 하루 만에 7% 넘게 무너졌습니다. 코스피는 전일 대비 7.57% 하락한 5,554.22에, 코스닥은 7.65% 내린 760에 마감했는데요. 장중 코스닥이 8% 넘게 빠지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15분 뒤 코스피도 같은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두 시장에서 거래가 동시에 중단된 건 지난 7월 29일 이후 약 두 달 반 만입니다.
하락을 이끈 건 반도체 대형주였습니다. SK하이닉스가 10% 넘게 밀렸고 삼성전자도 9% 안팎 급락했는데요. 외국인은 하루에 3조 원대 후반을 순매도하며 8거래일 연속 매도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이날 국내 상장사 시가총액 4,000조 원 이상이 증발했습니다.
미국발 찬물과 빚투의 그림자
방아쇠는 미국 쪽에서 당겨졌습니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경계감이 커졌고, 여기에 AI 산업의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겹쳤습니다. GPU 임대업체 코어위브의 회사채 가격이 급락하자 AI 인프라 투자가 과연 돈이 되는 사업인지에 대한 회의가 번진 겁니다. 가트너는 2030년까지 AI 인프라 투자 7조 달러에 비해 매출은 3.6조 달러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습니다.
국내 투자자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습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34조 원 안팎까지 불어난 가운데 지수가 밀리면서 반대매매 물량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빚을 내 투자한 개인들이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강제 청산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금융당국은 긴급 점검회의를 열어 리스크 관리를 주문했고,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신용거래 불가 종목으로 묶거나 보증금률을 50%로 올리는 등 문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바닥은 어디인가
시장에서는 과매도라는 시각과 추가 하락 가능성이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삼성증권은 코스피 5,000선을 지지선으로 제시하며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이 4.1배까지 내려왔다고 짚었습니다. 반면 키움증권은 심리적 요인에 따른 추가 하락에 대비해 5,100선을 저점권으로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외국계 IB들의 진단도 엇갈립니다. 모건스탠리는 외국인 매도가 포지션 정리를 넘어 위험자산 자체를 줄이는 디리스킹으로 바뀌었다고 봤고, HSBC와 노무라는 중국 창신메모리의 추격이 아직 위협적이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결국 이번 주 이후 예정된 주요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가 AI 우려를 걷어낼지가 관건입니다. 실적이 확인되기 전까지 변동성은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