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법정 공방 끝에 확정된 집행유예
2026년 9월 10일, 대법원 2부가 이상운 효성그룹 부회장에 대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선고를 최종 확정했습니다. 2014년 1월 검찰에 의해 기소된 뒤 1심과 2심, 대법원의 파기환송, 다시 이어진 파기환송심과 최종 상고까지 거치며 약 13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는데요. 검찰과 이 부회장 측이 모두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법리적 오해가 없다며 양측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당연히 재판이 이토록 길어진 데에는 복잡한 혐의 구성과 다투어진 법리 쟁점들이 있었습니다. 이 부회장은 고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과 공모해 범행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조 명예회장은 재판이 끝나기 전인 2024년 3월에 별세하면서 공소가 기각되었습니다.
천억대 세금과 유령 회사의 자금 흐름
이번 사건의 핵심은 2003년부터 10년간 벌어진 대규모 분식회계와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자금 유용입니다. 이 부회장 등은 총 5,010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통해 법인세 1,237억 원을 포탈한 혐의를 받았고, 차명으로 수천억 원대 주식을 거래하며 양도소득세와 종합소득세 일부를 회피한 혐의도 인정되었습니다.
해외 법인 관련 비리도 상당한 규모였는데요. 홍콩에 설립한 유령 회사를 이용해 효성 해외법인 자금 698억 원을 빼돌리고, 싱가포르 법인의 자금으로 홍콩 페이퍼컴퍼니 대여금 채무를 면제해 회사에 233억 원의 손해를 입힌 사실도 유죄로 판단됐습니다. 반면 해외 신주인수권부사채 관련 세금 포탈이나 중국법인 횡령, 싱가포르 대손 처리 배임 등의 혐의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로 인정됐고, 2008년 사업연도 법인세 과세처분이 취소되면서 관련 포탈 혐의 역시 파기환송 끝에 무죄가 확정되었습니다.
남은 논란과 재판의 의미
이번 판결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개인의 범죄 처벌을 넘어, 대기업 총수 일가의 조세 범죄가 실제로 얼마나 오랜 시간 끌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13년이라는 재판 기간은 피고인과 검찰 모두에게 상당한 부담을 안겼고, 사회적 비용도 적지 않았습니다. 1,200억 원대에 달하는 법인세 포탈 혐의 가운데 상당 부분은 무죄로 인정되면서 최종 확정된 형량은 징역형의 집행유예에 머물렀는데, 이 점을 두고 처벌 수위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대법원이 파기환송 과정에서 일부 혐의를 무죄로 돌렸음에도, 최종적으로 파기환송심이 기존 형량을 유지한 점은 법원이 사건의 중대성을 일관되게 판단했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다만 고 조 명예회장의 사망으로 공소가 기각되면서 이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데는 한계가 생겼고, 효성그룹을 둘러싼 과거 경영 비리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