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구성 합의 뒤에도 이어진 당내 시끄러움
22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이 개원 54일 만에 겨우 마무리되었습니다. 국민의힘은 국토교통위원회, 교육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등 6개 상임위원장직을 확보하며, 여야 간 대립이 한풀 꺾인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는데요. 하지만 겉으로는 합의가 이뤄진 상황 속에서도, 당내에서는 상임위 배정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번 원구성은 선관위 특검법에 대한 여야 간 합의가 없었다면 더 미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배분 문제로 개원 이후 줄곧 대립하던 여야가 한발씩 물러서면서, 국민의힘은 상임위원장 7석 중 6석을 챙기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유의동 의원이 국토교통위원장을, 김희정 의원이 교육위원장을 맡는 등 주요 위원회 수장들이 확정되면서 후반기 국회 운영의 기틀이 마련된 셈입니다.
하지만 본회의장 밖에서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상임위 배정 결과에 불만을 품은 일부 의원들이 원내대표실을 찾아 고성을 지르며 격렬하게 항의했고, 심지어 멱살을 잡는 등의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졌습니다.
인기 상임위에 쏠린 지원자들
갈등의 핵심은 역시 국토교통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정무위원회 같은 인기 상임위에 지원자가 몰렸다는 점입니다. 당연히 선호도가 높은 위원회일수록 배정 경쟁은 치열해지고, 탈락자들의 불만은 거센 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원내대표의 배정 권한이 어떤 기준으로 행사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권영진 의원은 정보위원회나 국토교통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배치를 희망했는데, 막상 결과는 행정안전위원회였습니다. 이에 강하게 반발하며 정점식 원내대표와 멱살잡이까지 벌어졌고, 주변 의원들이 겨우 제지하는 소동이 있었습니다. 강민국 의원 역시 재정경제기획위원회 배정에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내부 문제를 외부로 드러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비치며 원내대표의 배정 권한을 강조했습니다. 당 관계자들 역시 기존 배정안을 유지할 것이라며 조정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성평등가족위원장 후보로 추인됐던 임이자 의원이 사임하면서 해당 자리는 공석으로 남게 되었고, 이후 국토교통위 경선에서 1표 차로 패배했던 김정재 의원이 후보로 거론되면서 또 다른 변수가 생겼습니다.
경기권 의원들의 약진과 남은 과제
한편, 이번 원구성에서는 경기도 지역 의원들의 약진이 두드러졌습니다. 국토교통위원장에 유의동 의원, 외교통일위원장에 송석준 의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에 김성원 의원이 선출되면서 경기권의 정치적 영향력이 크게 확대되었습니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경기 지역 출신 의원들이 행정안전위원장과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차지하면서 수도권 중심의 정치 지형이 더욱 뚜렷해지는 모양새입니다.
이들이 맡은 상임위들은 SOC 사업과 산업 및 에너지 정책, 예산 배분과 직결되는 핵심 부처인 만큼, 향후 경기도를 중심으로 한 지역 균형발전 논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경기 지역 의원이 맡게 되면서, 향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수도권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물론 원구성이 마무리됐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국민의힘 몫의 성평등가족위원장직은 여전히 공석이고, 당내에서는 상임위 배정을 둘러싼 감정의 골이 깊게 패어 있습니다. 조정식 국회의장은 협치와 민생 국회를 당부했지만, 원구성 과정에서 쌓인 여야 간 그리고 여당 내의 갈등이 실제 입법 활동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