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수요에 밀린 신용대출 관리
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를 지난해보다 낮춘 1.5%로 제시하고 시중은행들을 총량 관리하고 있지만, 예상 밖의 변수가 등장했습니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신용대출을 끌어다 쓰는 이른바 빚투 개미들이 늘어난 것인데요. KB국민은행을 비롯한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올해 1월부터 5월 사이에만 관리 목표치를 크게 상회하며 급증했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은 보수적으로 관리되어 어느 정도 목표 안에 들어왔지만, 신용대출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습니다. KB국민은행은 기타대출 증가 한도의 절반 가까이를 상반기에 벌써 소진했고,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역시 감축이나 적정 증가를 목표로 했으나 실제로는 수천억 원씩 대출이 불어났습니다. 결국 주담대만 죄어도 신용대출이라는 물꼬가 터지면서 가계대출 관리의 허점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입주 물량 늘어나는데 대출 문턱은 높아지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하반기에는 또 다른 딜레마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수도권에만 총 4만 4,600여 가구가 입주를 앞둔 가운데, 은행들이 가계부채 총량 규제를 위해 주택담보대출 문턱을 계속 높이고 있어서입니다.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은 모기지신용보증과 모기지신용보험 가입을 제한해 대출 한도를 줄였고, 우리은행은 우대금리를 종료하며 실질적인 금리 부담을 키웠습니다.
억대 잔금을 조달해야 하는 실수요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은행 대출이 막히면 단기간에 큰 돈을 마련할 길이 없어 저축은행이나 제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데요. 이 경우 더 높은 금리를 떠안게 되어 오히려 부채의 질만 나빠진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정책 방향과 가계대출을 죄겠다는 금융 규제가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입니다.
획일 규제 넘어선 세밀한 대응이 필요한 이유
전문가들은 이대로 가면 하반기 대출 절벽 현상이 심화되면서 실수요자들의 정상적인 자금 조달까지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특히 중도금이나 잔금대출은 기존 주택 구매와 달리 신규 주택 공급을 위한 생산적 자금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금융권 관계자들도 집단대출은 획일적인 총량 규제에서 제외하거나 별도 한도를 보장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또한 취약차주들이 고금리와 대출 규제의 이중고를 겪지 않도록 정책금융 지원 확대도 함께 검토돼야 합니다.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재단 중심의 정책금융을 늘려 유동성 공급 창구를 다양화하는 방안이 절실해 보입니다. 가계부채 관리가 필요한 건 분명하지만, 그 방식이 실수요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은 명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