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4만 필지가 위반 의심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전국 농지를 대상으로 실시한 전수조사가 거센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5월부터 7월 말까지 1996년 이후 소유권이 이전된 농지 136만 헥타르를 조사했는데요. 전체의 27%인 약 284만 필지가 불법 임대차나 무단 휴경, 불법 전용 등의 사유로 위반 의심 농지로 분류됐습니다.
후속 조치도 논란입니다.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된 개정 농지법에 따라 농지 처분 명령이 재량에서 의무로 바뀌었습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농사를 짓지 않거나 불법 임대한 소유자는 1년 안에 땅을 처분해야 하고, 어기면 감정가나 공시지가의 25%가 이행강제금으로 부과됩니다. 고령이나 질병으로 땅을 맡긴 농민까지 투기꾼으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겁니다.
정치권 정면 충돌
야당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이번 조사를 지방 사정을 모르는 탁상행정이자 행정 폭력이라고 규정했는데요. 장동혁 대표는 농지를 살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투기 적발을 목적으로 한 조사는 허망하다며 정부의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모든 부동산 문제를 투기꾼 프레임으로 보는 대통령의 극단적 시각이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여당의 시각은 다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헌법상 경자유전 원칙을 이행하고 투기를 단속하기 위한 정당한 조치라며, 야권이 정책 목적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권칠승 정책위의장은 명백한 투기는 엄단하되 경미한 위반은 계도와 제도 개선으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보완책과 남은 과제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와 여당은 진화에 나섰습니다. 오는 21일 농해수 당정협의회를 열어 고령이나 질병, 상속 등으로 농지를 임차한 소유주들의 불안을 해소할 방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청와대도 추석 전에 보완책을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장의 우려는 여전합니다. 부재지주들이 구두 임대차 계약을 파기하고 위장 자경에 나서면서 실제 농사를 짓던 임차농이 쫓겨나는 사례가 나오고, 지방 농지 거래가 급감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반면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농지 가격 폭락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투기 근절이라는 목표와 농촌 현실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좁힐지가 남은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