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고등학생 응급실 뺑뺑이 사망, 의료 시스템의 근본적 한계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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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전 수정 · 2025년 11월 19일 오후 9:50

발행: 2025년 11월 19일 오후 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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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고등학생이 8개 병원에 연이어 응급 이송을 거절당한 끝에 사망한 사건으로 의료 시스템의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 전문의 부족과 법적 책임에 대한 우려로 인한 '방어 진료'가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까지 이어지면서, 지역의사제 도입과 응급 의료 시스템 전반의 개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의료 자원의 지역적 불균형과 시스템적 결함이 초래한 비극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응급실을 찾지 못한 1시간

부산에서 길가에 쓰러진 고등학생이 1시간 동안 8개 병원을 돌며 응급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숨진 사건이 의료 시스템의 심각한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지난달 20일 새벽, 18세 A군이 학교 인근에서 쓰러져 119에 신고되었고, 구급대는 16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의식이 혼미하고 경련을 일으키는 중증 환자를 수용할 병원을 찾는 데만 1시간이 걸렸고, 결국 A군은 구급차 안에서 심정지 상태에 빠진 뒤 사망했습니다.

구급대원들은 부산 시내 대형병원부터 경남 창원까지 총 8개 의료기관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모두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재'와 '배후 진료 어려움'을 이유로 이송을 거절했습니다. 특히 안타까운 점은 A군이 외상으로 꼬리뼈 부위에 심한 부상을 입은 상태였는데,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초기 진단이 어려웠다는 사실입니다.

의료계의 상반된 시선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강한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생명을 구하는 기본 원칙인 기도 확보, 호흡 보조, 순환 유지라는 ABC 조치조차 해주지 않은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의료 윤리의 근본적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그는 "식당에서 최종 조미료가 없다고 밥을 굶겨 죽이는 것과 같다"는 비유로 병원들의 소극적 대응을 꼬집었습니다.

반면 의정부백병원 양성관 과장은 다른 측면을 설명합니다. 최근 법원이 응급 환자 치료에 대한 병원의 책임 기준을 강화하면서 '방어 진료' 경향이 심화되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응급소아외과 환자에게 휴가 중인 세부 전문의 대신 외과 전문의가 수술을 진행한 후 문제가 발생하자 10억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의사들이 '100% 완벽함'을 요구받는 상황에서 '90%를 제공할 수 있는' 진료를 꺼리게 된다는 겁니다.

시스템적 결함과 현실적 한계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두 병원의 과실을 넘어 시스템 전체의 결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지난해 부산시와 응급의료센터장들이 심정지 환자 발생 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응급의료기관은 반드시 환자를 수용하기로 했지만, 이번 사건에서 그 방침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의료기관들의 포화 상태와 전문의 부족이 맞물려 응급 시스템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셈입니다.

특히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족 문제는 오래된 과제입니다. A군이 고등학생임에도 '소아' 신경과 전문의가 필요했던 것은 18세까지를 소아청소년과로 보는 의료계 관행 때문입니다. 대도시인 부산에서조차 특정 진료과목의 전문의가 부족해 생명을 구하지 못하는 현실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개선을 위한 과제와 전망

이번 비극은 지역의사제 도입 논의에 다시 불을 지폈습니다. 지역의사제는 의대 졸업생들이 일정 기간 지역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로, 지방의 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의료계 내부에서는 자유로운 진료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반발이 만만치 않습니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응급 환자 분류 시스템의 정확성 향상, 구급대원과 병원 간 원활한 소통 체계 구축, 의료진의 법적 책임 한계 설정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의료 시스템 개선 없이는 유사한 비극이 반복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의료계와 정부를 움직이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응급 의료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시일은 아직 불투명한 상황입니다.